“현재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에는 '경제성장'이나 '자본축적'과 같은 개념이 부족합니다. 앞으로 더 증대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규모의 자본축적이 꾸준히 이뤄져야 합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에 초점을 맞춰 탄소중립에 대응하고 있지만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또 탄소중립은 무역장벽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도 대응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탄소중립 정책은 경제와 무역전쟁으로 연결되는 '탄소전쟁'으로 EU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면서 “우리나라 탄소중립 정책도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에너지와 자원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다.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고, 지난 2월 한국자원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또 환경경제학회 편집위원장, 기획재정부 그린뉴딜 자문위원, 배출권거래제 할당위원회 등 정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나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배출권 매수나 매도 행위 등을 중심으로 리스크 관리와 경제성 평가 등 연구에 천착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 대해 재생에너지가 합리적인 속도로 들어오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수지만 석탄 등 다른 발전원을 급격히 배제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술 옵션”이라면서도 “다른 발전원에 대해서도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 예로 장기비축이 가능한 석탄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면서 “일본은 노후 유연탄 발전은 폐기하지만 초초임계 방식 신규 유연탄은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석탄발전을 LNG발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급격한 정책 추진은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탈석탄' 정책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독일처럼 탈석탄 과정에서 발전사와 지역사회에 대한 보상을 법제화할 수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면서 “독일은 1990년부터 에너지전환법을 통해 차근차근 이 길을 밟아왔지만 우리는 너무나 이른 시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해서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국민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 문제는 산업계 홀로 대응해서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진단이다.
그는 “EU나 미국은 전기요금에 배출권 비용을 부분적으로 반영해 발전사와 소비자가 탄소비용을 분담하고 있다”면서 “기후변화 이슈는 산업계에만 탄소비용 부담을 지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결국 대량 소비 시스템에 물든 우리 의식구조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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