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박 대리 베팅' 형태 신종 사기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10만원으로 50만원 만들기' 등 부업 중개를 빙자한 게시글을 올려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잠적하는 방식이다. 특히 끌어모은 자금을 불법 도박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기 피해자를 범죄 공범으로 만드는 악질적인 수법도 횡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해당 수법과 관련된 사기 피해에 대한 신고가 다수 접수됐다. 1인당 최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수법은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승률 100%로 돈을 딸 수 있으니 자금을 투자하라며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이다. 도박 게임 개발업체와 결탁해 베팅 결과를 모두 알고 있으니 리스크 없이 돈을 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기반으로 관리가 허술한 사이트를 공략하고 있고 피해자가 투자만 하면 투자금을 1시간 내로 최대 20배까지 불려줄 수 있다고 유혹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를 유치하는 이유로는 '명의'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댄다. 1개 명의로 한 달에 한 번만 가능한 방식이며, 본인과 가족·지인 명의로는 모두 수익을 이미 챙겼기 때문에 다른 명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같은 설명은 모두 거짓말이다. 초기 적은 금액을 투자할 때는 실제 수익이 난다며 보상을 지불하지만 이에 속은 피해자가 투자금을 수천만원 단위로 늘리면 출금을 중단시키고 잠적한다.
피해자가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 “당신도 불법 도박에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공범으로 함께 처벌 받을 것”이라고 되레 협박을 하기도 한다. 불법 도박 사이트에 가입할 때 제공했던 전화번호와 이름 등 개인신상을 보관하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수사기관에 신고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실제로 일선 금융기관이나 행정기관에서도 신고자들이 피해자인지 공범인지 판단하기 모호하다는 점이다. 피해자들이 투자라고 인지하고 돈을 입금했다고 하더라도, 형식상 이는 불법 도박에 자금을 융통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범죄 분류상으로도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에 사용된 계좌 지급정지 등 긴급조치 도움을 받기 어렵다.
한 금융사기 전문가는 “이들은 공범 또는 다른 일반인 인스타그램 계정 사진을 도용 후, 포토샵 등을 활용해 원래 얼굴과 전혀 다른 형태로 변형하는 방식으로 사진 출처를 숨기는 방식으로 치밀하게 신분을 세탁하고 있다”며 “고의가 아니더라도 불법 도박과 관련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투자할 경우 구제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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