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관상동맥 경화증 모사하는 3D 프린팅 폐색기 개발

국내 연구팀이 3D 프린팅을 이용해 관상동맥 경화증을 모사하는데 성공했다. 불필요한 동물실험 개체 수를 줄이는데 기여할 전망이다.

포스텍(POSTECH·총장 김무환)은 장진아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 교수, 통합과정 정승만 씨 연구팀이 홍영준 전남대 의과대학 순환기내과 교수, 김한별 씨 연구팀과 공동으로 돼지 심근경색을 유도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맞춤형 3D 프린팅 폐색기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3D 프린팅을 이용해 관상동맥 경화증을 모사하는데 성공한 연구팀. 왼쪽부터 장진아 포스텍 교수와 홍영준 전남대 교수.
3D 프린팅을 이용해 관상동맥 경화증을 모사하는데 성공한 연구팀. 왼쪽부터 장진아 포스텍 교수와 홍영준 전남대 교수.

전임상실험은 새로운 약이나 의료기기를 사람에게 사용하기 전 여러 종류의 동물에게 적용해 독성 부작용, 효과 등을 알아보는 것을 말한다. 이때 실제 효능과 가까운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재현성 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돼지는 장기구조가 인간과 매우 비슷해 장기를 살펴보기 위한 전임상실험에 많이 이용된다.

돼지 심근경색 모델 제작용 맞춤형 3D 프린팅 폐색기
돼지 심근경색 모델 제작용 맞춤형 3D 프린팅 폐색기

심장질환 치료 효능 검증하기 위한 동물실험 중 대표적인 질환인 심근경색 모델은 허혈성 심장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또는 조직 공학 기술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널리 사용된다. 돼지에서 심근경색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이 사용되나 대부분 실험자의 숙련도에 따라 효율이 결정되므로 실험 개체 간 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나는 문제가 있다. 또 기존 방법들은 관상동맥을 100% 막아버려 돼지의 사망률이 높아 이로 인한 반복 실험 등으로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도입했다. 돼지 모델에 혈관 조영술을 실시, 관상동맥 크기를 확인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제 동맥경화로 인해 약 20%가량 좁아진 공극을 갖는 맞춤형 폐색기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된 3D 프린팅 폐색기는 중앙 모공을 통해 연속적인 혈류를 제공할 수 있어 심근경색 유도에 효율적이며 최대 28일의 높은 생존율(88%)을 나타냈다. 기존 대표적인 폐쇄 가슴 방법(생존율 50%)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생존율을 지닌다. 만성 심부전 등 다른 허혈성 심혈관 질환을 모사할 수 있는 모델로 활용할 수 있다.

장진아 교수는 “줄기세포 및 첨단바이오융복합제제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신뢰도 높은 대동물 실험이 필수적이다”며 “3D 프린팅 폐색기를 활용해 실험자들이 더 정확하고 편리한 방법으로 질환동물모델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자원통상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포스텍의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 전남대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현재 에드믹바이오와 함께 기술이전 및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연구성과는 최근 바이오가공 분야의 귄위 있는 과학 저널인 '바이오 디자인 앤 메뉴팩터링'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