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에너지와 함께한다. 인류는 약 260만년전부터 불로 음식을 조리하고 토기를 구웠으며 금속도구를 제조해서 농작물 생산량을 향상시켰다. 약 3000년전부터 인류는 석탄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리스 철학자 데오프라테스가 기원전 315년에 남긴 문헌에 그리스와 북부 이탈리아에서 채굴된 석탄이 대장간 연료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다.
동양에서는 4세기쯤 중국 삼국시대에 석탄을 활발히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769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해 산업혁명의 씨앗을 뿌렸다. 석탄을 사용하는 기계적 동력을 통해 공장에서 대량으로 공산품을 생산하고 경제성장도 일으킨 것이다. 그러다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등장해 석탄시대는 막을 내렸다. 보다 강력한 힘과 속도를 내는 석유로 움직이는 내연기관이 군함 등에 사용됐고, 천연가스가 군수물자 생산을 위해서 철강 산업에 사용됐다.
아쉽게도 우리가 사는 현시점은 에너지 효율성과 경제적인 생산성만 고려할 때가 아니다. 전 세계는 파리기후협약을 통해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지구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전 세계가 유용하게 사용했던 화석연료는 탄소가스 배출로 기후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에 온도상승을 해결하거나 예방하려면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R&D)이 시급하다.
프랑스에서 공학박사과정을 밟았던 2016년, 프랑스는 에너지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계획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몇몇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이 함께 점심식사를 하면서 탄소중립시대에 맞는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방향에 대해 대화했던 때가 생각난다. 10% 화석연료 사용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현재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현재 40% 정도 되는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해 기후위기를 극복해야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으면서 더 나아가 경제성장과 취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소재·부품 국산화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수소연료전지 국산화를 고려할 수 있다. 수소연료전지에 들어가는 이오노머(ionomer), 이온교환막, 기체확산층(GDL), 수소저장탱크, 전력변환장치 등 핵심 소재·부품은 기술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품만 사용하고 국내에서 기술개발이 없으면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 기준으로 2035년에 48조달러(약 5경5000조원) 세계 에너지시장을 잡을 수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산업시장은 지고 새로운 에너지 소재·부품 산업이 뜰 것인데, 글로벌 보호무역이 여전한 현시점에서 미래 성장산업 후보군으로 에너지 소재·부품 R&D를 고려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전환시대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 분야 선두주자가 되어 전 세계 에너지시장을 선점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우상혁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해양융복합연구팀 선임연구원 shwoo@kier.re.kr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