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 찍은 로봇사업에 속도를 낸다. 서비스, 위생, 배송 등에 이어 생산 영역으로 로봇사업 범위를 확장,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스마트폰 사업 종료에 따른 신성장 동력 발굴이 그룹 핵심 과제인 가운데 가전과 전장부문 역량을 녹일 새로운 시너지 채널로 로봇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하반기 출시가 유력한 로봇 신제품의 전파인증 획득과 함께 신사업 기획, 개발 등 다양한 로봇 분야 전문가 채용으로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잔디깎이 로봇(모델명 L711HR)'과 '협동로봇(CAJT00)' 전파인증을 받았다.
잔디깎이 로봇은 장애물 감지 센서, 자율 주행 기술, 원격제어 등 프리미엄 로봇 청소기 기술을 접목해 자동으로 잔디를 깎아준다. 미국 잔디깎이 기업인 B&S를 통해 북미 시장에 판매 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형 잔디깎이 로봇' 개발을 목표로 5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파인증을 바탕으로 베타테스트 결과를 접목해 연내 출시가 유력하다.
협동로봇은 LG전자가 로봇 분야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영역이다. 이 로봇은 생산시설에서 사람이 하는 단순노동을 대신 맡아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생산라인 로봇과 달리 조금 더 인간과 가까운 거리에서 상호작용을 강화하고 효율적으로 노동력을 배분하는 게 차별화 요소다. 현재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에서 개발을 담당한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생산라인에 적용 가능한 산업용 협동로봇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연구·테스트 용도로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LG 클로이 서브봇과 LG 클로이 살균봇,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로봇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달에는 실내외 통합배송 로봇까지 공개하면서 서빙, 살균 영역에 이어 배송까지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LG전자는 커피에 이어 잔디깎이 로봇으로 서비스 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협업로봇'이라는 신규 영역을 발굴, 산업용 로봇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협업로봇은 역할과 크기, 무게 등에 따라 라인업 다양화가 가능하다. 특히 '대체'가 아닌 '협업'이라는 개념 아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산업용 로봇을 선보일 경우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로봇 라인업이 확대되면서 사업 전략 구상, 인력 확충 등 사업화 움직임도 활발하다.
LG전자는 지난해 기존 로봇사업센터를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로 이관했다. 연구개발(R&D)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또 로봇사업담당 신사업 기획, 로봇 플랫폼 개발 부문 인력 채용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전장,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유망기업 투자, 인수합병(M&A)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캐나다 라이다 업체 레다테크를 포함해 미국 차량용 AI 센서 기업 에이아이, 우리나라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코드24, 미국 로봇개발 기업 보사노바 로보틱스 등 최근 5년간 유망 로봇기업에 지속 투자했다. 2018년에는 국내 산업용 로봇제조 업체 로보스타를 인수하기도 했다.
그동안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면 올해를 기점으로 제품 출시와 영업, 마케팅 등 실질적인 사업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LG전자 가전과 전장사업 역량을 로봇에 이식해 장기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을 대체할 주력사업으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AI 등 가전 부문 기술과 자율주행, 센서 등 전장부문 기술을 융합해 로봇에 이식할 경우 사업 경쟁력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현재 LG전자 로봇은 비대면 수요 충족이나 단순 고객 편의 제공 역할이지만 추후 가전과 전장 기술력까지 결집해 산업용 로봇시장으로 확장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