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IoT 데이터로 범죄 수사한다...사상 첫 디지털 포렌식 기법 개발 착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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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홈 환경이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홈 사물인터넷(IoT) 기기 데이터가 범죄수사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기 간 연동으로 다양한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이를 활용해 수사 보조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처음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시도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르면 이달부터 '스마트홈 IoT 분석기법' 개발에 착수한다. 집 안에서 개인 편의를 높이는 도구 스마트홈이 수사 과정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데이터 집합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경찰청이 주목하는 홈IoT 기기는 가정마다 존재하는 월패드다. 월패드는 출입 이력, 방문자·방문차량, 택배 등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데이터가 저장되는 스마트홈 핵심 기기다. 여기에 집안의 여러 IoT 기기와 연동, 기본 작동과 상태 모니터링까지 가능하다.

경찰청은 집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과 외부 방문 이력까지 저장하는 월패드 데이터가 수사 과정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판단했다. 기존 모바일 기기나 PC 중심으로 이뤄지던 디지털 포렌식을 월패드 등 홈IoT 기기까지 확대해서 데이터를 복원하면 수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청은 우선 월패드 데이터 획득과 분석 기법을 연구한 뒤 월패드 주변 IoT 장비, 단독으로 사용되는 IoT 기기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한다. 월패드에 연동되는 폐쇄회로(CC)TV나 스위치는 물론 인공지능(AI) 스피커,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홈IoT 기기 전반으로 데이터 획득·분석 기법을 연구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홈IoT 기기를 연동하고 제어하는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앱) 데이터까지 살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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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전통 디지털 포렌식 적용 범위를 스마트홈 영역에까지 넓혀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과학수사 고도화가 목적이다. 집 안은 많은 범죄가 이뤄지는 장소이자 결정적 단서가 존재할 가능성이 짙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지문이나 DNA 등을 제외하고 단서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 들어 집 안에서 다양한 가전을 연동해 작동 제어, 모니터링 등 스마트홈 서비스가 확대하면서 곳곳에서 데이터가 수집된다. 실제 집 안에서 사용하는 IoT 기기는 2019년 평균 3개에서 지난해 9개까지 늘었다. 각종 알리바이 확인부터 범죄사실 입증 등 수사 보조적 수단으로서 데이터 활용 가치가 높은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달 초 사업자를 선정해서 분석 기법을 연구할 예정”이라면서 “구체적 배경과 활용 방안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스마트홈은 과거 기기 간 연동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기능 제안 등 서비스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방대한 사용 데이터가 축적되는 가운데 앞으로는 편의성을 높이는 서비스를 넘어 수사와 보안 등 영역으로까지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스마트홈 기능 확장성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수사 지원 등 공익 차원에서 홈IoT 기기 데이터를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제도적 안전장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사를 이유로 개인정보 침해 등 정보보안 이슈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홈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홈 기기는 사용 패턴과 시간은 물론 출입 이력, 방문자 확인, 전력 사용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에 수사 과정에서 증거자료로서의 활용 가치가 높다”면서 “스마트홈 기술 순기능으로 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데이터 유출과 오남용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기술·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