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다. 그런데 샴푸의 원료로 쓰이는 트리에탄올아민(triethanolamine)이라는 화학물질은 피부에 물집을 발생시키는 생화학무기의 기초원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코로나19로 쉽게 접하게 된 열화상카메라, 피부미용에 사용되는 레이저 등도 산업용과 군사용으로 모두 이용 가능한 이중용도(dual-use) 품목이다.
세계 각국은 이들 품목을 전략물자(strategic items)로 지정하고 사용자와 사용 목적을 정부가 확인한 후 허가를 받아 수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생화학무기, 대량살상무기 제조 등에 사용돼 국제평화 및 국가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기술 등의 수출입을 제한하는 국제규범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바세나르 체제, 미사일기술 통제체제, 호주그룹, 핵공급그룹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가 가장 대표적인 국제 규범이다. 우리나라도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해 이에 부합하는 수출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수출통제체제와 더불어 각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자국의 수출관리체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인 미국은 '수출통제개혁법'과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 중국은 '수출통제법' 제정을 통해 수출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다른 주요 국가들도 안보를 사유로 하는 수출통제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과 관련한 외국인 투자심사 등 기술 보호를 위한 조치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이처럼 강화된 수출관리로 우리 기업이 불편을 느낄 수도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무역거래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자유로운 무역 활동을 촉진할 수 있도록 기업 불편을 해소하고 수출 리스크를 줄이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기업의 수출제품이 전략물자인지 여부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다. 특히 기업 스스로 전략물자를 판정해서 원활한 수출이 가능하도록 자가판정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전략물자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규범 및 국제수출통제체제와의 정합성을 높이고 민감한 품목과 기술에 대한 심사 강화 등 수출관리 제도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 각국의 수출관리 현황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급변하는 국제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찾아가는 컨설팅을 통해 거래 상대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등 교육·홍보 활동으로 수출관리에 대한 수용성과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실제 1대1 전문컨설팅 홈닥터,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교육,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등 업종별 협회와의 공동 설명회 등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셋째 대학생 서포터스 등 국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현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 기업 및 국민과 함께하는 수출관리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자율준수 무역거래자 제도'(Compliance Program) 효율화, 전략물자수출입관리시스템 고도화 등을 통한 온라인 업무처리 활성화 등 기업 편의성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나가고자 한다.
전략물자 확인은 안전한 수출 첫걸음이다. 수출관리가 규제와 통제 수단이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을 위한 든든한 안전판이자 글로벌 도약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 및 국민과 함께 노력해 나갈 것이다.
문동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dmoon@moti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