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에 땨른 댐하류 수해 원인으로 댐 운영관리 및 관련제도 미흡과 댐·하천 연계 홍수관리 미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는 기록적 폭우와 함께 기상이변에 대비한 정부의 정책적 미흡이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한국수자원학회는 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해 8월에 발생한 댐하류 수해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조사는 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가 공동으로 용역을 발주해 한국수자원학회,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산이 공동 수행기관으로 선정돼 작년 12월 28일 계약과 동시에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작년 집중호우로 인해 섬진강댐 하류 78개 지구, 용담댐·대청댐 하류 53개 지구, 합천댐·남강댐 하류 27개 지구 등 총 158개 지구다.
조사단은 법적 제도적으로 '댐관리규정', 지침·매뉴얼 등에서 댐 준공 당시 계획방류량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등 이상기후에 따른 여건변화를 반영해 정비하는 노력이 장기간에 걸쳐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특히, 섬진강댐은 총저수량 대비 홍수조절 용량이 6.5%로 전국 평균(17.2%)의 약 40% 수준에 그쳤다. 조사단은 “섬진강댐은 홍수대응능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조사돼 향후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 댐 사용권 관리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간 홍수방어계획에서 국가하천은 100∼200년, 지방하천은 50∼100년 빈도 수준으로 머물러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량 증가 양상을 반영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분석했다.
유역 홍수대응은 상류 댐과 하류 하천의 연속성과 연계성이 중요한데, 댐-하천 간 홍수방어목표에 차이가 있고, 지류하천 계획수립 및 정비율이 미흡해 집중호우시 홍수피해 저감을 위한 댐의 효율적 운영과 하천의 홍수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작년 댐의 운영 수위도 예년에 비해 홍수기 초기(6월 21일) 수위를 높게 유지했고, 일부 댐은 홍수기제한수위를 넘겨 운영하는 등 연속 홍수예측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꼽았다. 또 댐관리자는 댐방류정보를 규정에 제시된 기준 이내에 관계기관에 통보했으나, 하류지역 주민에게 통보된 시간은 규정보다 늦어 대응시간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도 일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하천관리에도 미흡한 점이 노출됐다. 하천기본계획에 따른 하천정비가 지연되고 하천 무제부 및 제방고 부족, 구조물 주변 제방 유실, 계획 홍수위 아래 설치된 교량·도로 등 취약시설 구간에서 넘침 등으로 피해가 발생했다.
이벆에 배수펌프장, 배수문 등 시설물 설치·정비소홀 등으로 본류의 물이 농경지 등 저지대로 역류 및 내수배제 불량으로 침수피해가 발생한 곳도 있다고 분석했다.
댐별로는 섬진강댐은 댐의 최대 방류전에 하류하천에서 이미 피해가 발생, 구조적으로 홍수조절용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속적인 강우로 댐의 설계빈도를 초과한 홍수가 유입돼 계획방류량에 근접한 방류를 시행함으로써 하류의 홍수피해를 경감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합천댐은 댐의 저류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연속적인 홍수 유입에 따라 급격하게 방류량을 증가시키는 등 댐 운영 측면에서 기술적인 완성도가 부족했다. 남강댐은 강우예보에 의존한 예비방류 방식 홍수조절이란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가화천으로 댐관리규정상 계획방류량 이상으로 방류했다.
용담댐은 장마 종료 전망, 하류지역 민원 등으로 7월 30일 이후 홍수기 제한수위를 초과해 운영해 홍수조절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속적인 홍수 유입에 따라 불가피하게 방류하는 등 댐 운영측면에서 홍수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배덕효 한국수자원학회 회장은 “작년 8월 댐 하류 지역 홍수피해는 지구별로 차이는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 설계기준을 초과한 강우, 댐의 구조적 문제, 댐 관리 미흡, 법·제도 한계, 댐-하천 연계 홍수관리 부재, 하천의 예방투자 및 정보 부족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한 댐 관리규정 및 세부 운영 매뉴얼을 개정, 댐 운영 체계 개선, 기후위기에 대응한 홍수량 관리체계 마련, 다목적댐 재평가를 통한 홍수조절용량 확대, 댐의 저수능력 증대, 댐 사용권의 재배분 등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유역과 댐-하천을 통합 연계한 홍수예측모형 고도화, 공중수중 드론을 이용한 3차원 영상분석, 계측자료 빅데이터화 등을 통해 댐 스마트 안전관리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한편 이번 조사로 158개 지구애서 8356가구가 입은 3725억원 상당 피해 보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은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해 4월 개정된 '환경분쟁조정법'에 따라 피해구제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협력하겠다”면서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풍수해대응 혁신종합대책'을 차질없이 이행하고, 이번 조사에서 제시된 사항도 적극 반영해 피해지역에 대한 항구대책 및 세부이행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