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 8강 상대로 터키를 맞아 승리했다. 더 없이 기쁜 날이었지만 한 편으로는 안타까운 목소리도 자아내게 했다. 터키를 뒤덮은 대규모 산불 상황, 자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던 터키 대표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다.
보다 못한 우리 국민이 터키 현지에 묘목 전달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 정도다. 상황이 전에 없이 심각하다. 현재 200건 가까운 산불이 터키 남서부 등지를 비롯한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 때문에 여의도 16배가 넘는 면적이 잿더미로 변했다. 적어도 8명이 숨졌고 수천명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정든 집을 떠나야 했다.
문제는 이것이 비단 터키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스에서도 지난 4일 기준 78건에 달하는 화재가 일어났다.
인근 이탈리아 스페인도 산불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 지역의 산불로 발생한 연기는 위성으로 관측될 정도로 뚜렷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연례 행사격으로 산불이 발생하는 미국 역시 대형 산불을 겪었다.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주에 불이 났다. 심지어는 얼어붙은 동토, 시베리아에도 산불 소식이 있었다. 세계 곳곳이 화마에 휩싸여 신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상이변과 폭염이 이런 대규모 산불의 원인이 됐다고 주장한다. 터키의 경우 국내 인종 갈등에 따른 방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도 있지만, 산불 사태가 전 세계에 걸쳐 발생하는 것을 보자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례로 터키의 경우 올해 최고기온이 49도를 넘겼다. 그리스 역시 최고 47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졌다. 이런 무더운 날씨는 당연히 산림을 건조하게 만든다. 작은 불씨에도 큰 불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다. 번개와 같은 자연적인 요인으로도 아주 쉽게 발화가 이뤄지게 된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가 세계를 집어삼키는 화마까지 부른 셈이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 세계에 걸친 대형 산불이 향후 이상기후,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 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불은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킨다. CO₂는 기후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다. 전 세계가 CO₂ 발생 감축 방안을 찾고 있는데, 산불 탓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CO₂가 대기 중으로 흩뿌려졌다. CO₂를 흡수하는 역할은 나무가 맡고 있는데, 이 역시 상당수가 화재로 타버렸다. CO₂가 산림을 덥고 건조하게 해 산불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CO₂ 대량 발생을 야기한다. 벗어나기 힘든 계속되는 굴레다.
북극 빙하가 이미 상당부분 녹은 것에 주목, 이런 악화일로의 상황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북극 빙하는 태양 복사열을 우주로 반사해 내보내는 역할도 한다. 빙하가 없으면 그만큼 열이 지구에 남게 된다. 빙하가 녹으면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증폭된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온실가스 감축 등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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