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개인투자조합 결성 시 수탁 의무 발생 기준이 기존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된다. 수탁은행을 찾지 못해 스타트업에 제때 투자할 수 없었던 개인투자조합들의 숨통이 일부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의무 기준 상향은 임시방편 성격이 짙어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수탁제도 보완 등 금융당국과의 근본 대책 마련이 과제로 지적됐다. <본지 8월 4일자 2면 참조>
8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들의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수탁 의무 기준을 20억원으로 높이는 고시 개정에 착수했다.
현재 20억원이 최소 결성 규모인 벤처투자조합은 모두가 수탁 의무 대상이다. 그동안 벤처투자조합 대비 펀드 규모가 적은 개인투자조합의 경우 10억원 이상인 경우 반드시 수탁은행을 확보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고시 개정으로 의무 기준이 20억원으로 벤처투자조합과 같아졌다.
중기부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수탁 의무 기준을 40억~50억원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창업투자회사가 위탁운용사(GP)인 벤처투자펀드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20억원까지가 제도 안에서 풀어 줄 수 있는 상한선”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가 수탁 의무 기준을 올린 데는 중기부에 등록된 수많은 액셀러레이터들이 개인투자조합을 결성해 투자자금을 모았는데도 수탁은행을 찾지 못해 투자자금이 묶이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옵티머스, 라임 등의 사태를 겪으면서 펀드 수탁 업무를 일제히 거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조합들이 10억원 미만으로 펀드를 결성하게 되면 수탁자가 없어도 되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은 커진다.
한 액셀러레이터 대표는 “보통 한 펀드에서 3년 내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20개 이상 투자해야 위험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10억원 미만으로 조합을 구성하게 되면 투자 기업 수, 기업당 평균투자금액이 낮아지면서 투자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이르면 9월 중순께 고시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제처 심사, 국무조정실 규제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업계는 당장 시중은행을 설득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고시 개정으로 의무 규정이 다소 느슨해진 데 대해 반기는 분위기이다. 다만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0억원 규모로 조합을 결성했을 때 기존에는 4개로 분할해 수탁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을 이제는 2개로 분할하는 수준일 뿐이라는 것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는 3년 이내 스타트업에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투자조합은 벤처투자조합처럼 50억원 이상 대규모 펀드 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업당 평균투자금액도 2억원 이하”라면서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개인투자조합의 경우 수탁업무의 예외 펀드로 규정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