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일주일' 삼성, JY 가석방에 달린 미래 투자 속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을 결정할 심사위원회가 열린다.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재계는 가석방 여부가 삼성 투자와 미래 사업 진행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심사위에서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되면 광복절을 앞둔 13일 석방된다. 이 부회장은 형기의 60%를 채웠고, 국민 여론 조사에서도 60~70%가 사면이나 가석방에 찬성하는 등 우호적 분위기다.

'운명의 일주일' 삼성, JY 가석방에 달린 미래 투자 속도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글로벌 기업 삼성의 해외 투자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미국 로이터 통신은 최근 복수의 삼성 소식통을 인용해 이 부회장이 석방되면 주요 투자와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회사 장기 비전을 좌우하는 대규모 투자 결정은 오너가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이 부회장 수감 이후 대규모 투자나 M&A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운명의 일주일' 삼성, JY 가석방에 달린 미래 투자 속도

현재 삼성전자는 인텔, TSMC와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은 171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지만 TSMC와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반면에 TSMC는 오는 2024년까지 147조원을 투자, 미국·일본·독일 등지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인텔도 300억달러(약 34조2000억원)를 들여 세계 4위 파운드리 기업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도 생산 능력을 기르기 위해 170억달러(19조4000억원) 규모 반도체 공장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공장 후보지도 확정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삼성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텍사스주, 뉴욕주, 애리조나주 등이 경쟁하고 있다. 재계는 대규모 투자 계획인 만큼 오너 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 역시 이 부회장 복귀와 맞물려 후보지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짙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M&A도 필요한 시기다. 인공지능(AI), 전장, 차량용 반도체 등 미래 사업 분야가 M&A 후보 사업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3년 안에 의미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진전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현금성 자산이 128조원에 이르지만 2016년 미국 하만 인수 이후 대규모 M&A가 없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음성인식 기업 뉘앙스를 197억달러(22조5000억원)에 인수해 클라우드 플랫폼을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과 대비된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반도체 투자, M&A 등 큰돈이 드는 사안은 기업을 책임지는 누군가가 결정해야 한다”면서 “최고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 부재로 삼성의 의사결정 동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에서는 가석방보다 특별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석방은 경영 활동에 제약이 따르는 만큼 사면을 통해 경영 현장에 곧바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손경식 경총회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외국 고위 의사 결정권자들을 만나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면서 “국가 경제라는 큰 틀에서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5단체장들은 이번 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나는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을 건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