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창업기획자를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자

[기고] 창업기획자를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자

K-팝을 세계 음악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게 한 주역인 방탄소년단(BTS) 뒤에는 종합연예기획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1970년대에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부르짖던 정부는 수출 장려를 위해 대외무역법시행령에 따라 종합상사제도를 도입했다. 돈이 되는 물건은 뭐든 수출하면서 종합상사는 1990년대까지 수출 역군이라는 찬사를 들었고, 우리나라 공업화를 뒷받침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오늘날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급변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필요한 것은 조직의 기민성(agility), 아이디어 공급, 동기가 강력한 우수 인재, 위험 감수라는 기업벤처링(Corporate Venturing)이다.

기업 벤처링을 위해 설립된 기업벤처캐피털(CVC; Coporate Venturing Capital) 활동은 2010년 이후 폭증하고 있으며, 세계 유니콘기업의 60%는 대기업 기업벤처링 결과로 보고되고 있다.

2020년 7월 세계경제포럼(WEF) 분석에 따르면 디지털 플랫폼 기반 기업이 글로벌 총생산(GDP) 신규 부가가치의 약 70%를 창출했다. 신규 부가가치 효과가 큰 스타트업 생태계는 곧 그 나라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시대다.

K-팝 세계화를 이끈 글로벌 종합연예기획사와 1970년대 우리나라 GDP 성장을 견인한 글로벌 종합상사의 역할을 반추하며 '제2 벤처 붐' 주역인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을 누빌 수 있도록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창업기획자의 역할은 재조명돼야 한다.

올해 6월 말 기준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창업기획자는 325개다. 이 가운데 78%(254개)가 평균 10여개의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60%(194개)가 평균 15개 기업에 21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총 투자금액의 40% 이상을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할 의무가 있는 창업기획자, 이들 가운데 글로벌 수준의 액셀러레이팅 역량을 보유한 창업기획자는 과연 얼마나 있을까.

국내 창업기획자는 글로벌 창업기획자와 비교하면 아직 태동기에 가깝다.

국내 토종 창업기획자를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문화를 일궈 낸 Y-콤비네이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의 글로벌 기획자로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듣고 창업기업 지원기관으로서 지원할 것은 무엇이 있을지 종합해 봤다.

첫째 국내 창업기획자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책 지원, 인재 양성, 인프라와 글로벌 창업기획자와의 파트너십 구축 지원이 요구된다.

창업진흥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협업·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창업사관학교'에서는 세계 톱 창업기획자가 상주하면서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유수 창업기획자가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글로벌 톱 창업기획자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파트너십을 구축하면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둘째 역량 있는 창업기획자 풀 확대를 위해 기업벤처링을 운영하는 대기업과 창업기획자 연계를 통해서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기업이 고민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스타트업을 통해 찾고 스타트업 제품검증(PoC)이나 마케팅을 대기업과 협업해서 글로벌 진출 발판으로 활용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이어 주는 물리적 인프라나 프로그램, '플랫폼'을 대기업 연계에 특화된 창업기획자를 통해 마련해 보는 것이다.

리스크가 큰 초기 창업기업에 모험자본을 투자하는 창업기획자는 건강한 창업생태계를 일궈 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혁신 창업국가로 만들기 위해 정부가 '글로벌 10대 창업기획자'를 육성하는 정책을 수립해서 집중 지원한다면 'K-스타트업'의 글로벌 명성과 K-유니콘 부상은 자연스레 뒤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ymokim@kise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