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예약 시스템 안정화됐지만…공공 역량 강화 등 숙제 남겨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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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세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가동된 가운데 추후 공공 시스템 '먹통' 발생 재현을 막기 위한 정부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재개한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이 50대 대상 시스템 가동에 비해 별다른 문제 없이 운영 중이다.

18∼49세 예약 시스템은 기존 시스템 과부하 원인으로 지목됐던 인증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다양한 인증 방법을 도입해 트래픽을 분산했다. 인증 수단마다 신호등 색으로 혼잡도를 표시, 이용자가 원활한 인증 수단을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인증 후 예약 과정에서 병목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 아키텍처를 재구성하는 등 공공과 민간 협력으로 안정적 서비스 구현이 가능해졌다.

전문가는 백신 예약 시스템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공공 시스템 발주부터 수행까지 전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번 시스템은 사업 발주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는 등 구축 초기부터 문제 소지가 있었다.

예약 시스템 핵심은 성능요구 사항이다. 다수 이용자가 접속하더라도 문제없이 접속이 가능한 환경을 구현해야 한다. 발주처는 사업 제안요청서(RFP) '성능요구사항'에 '시스템 개발 중 로그 또는 툴(도구)를 이용해 시스템 성능 상태를 모니터링해 문제를 미리 파악, 조치한 후 시스템 오픈' '요청(검색결과) 응답시간은 사용자가 요청한 시간으로부터 3초 이내에 최초 결과 값을 보여줘야 함'을 명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성능요구사항에는 '동시접속자수가 몇 명일 경우 어느 정도 성능을 내야한다'고 명시하지만 이와 관련 구체 내용이 없다”면서 “발주처가 요구사항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가 미리 문제를 파악해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긴급성을 감안하더라도 사업 내용 대비 시스템 구축 기간도 현저하게 짧았다.

RFP를 분석한 업계 전문가는 “시스템 구축뿐 아니라 웹 취약점 점검, 개인정보보호, 시큐어코딩, 암호화 등 많은 부분이 사업 내용으로 포함됐다”면서 “두 달 만에 모든 시스템을 한 업체가 개발하기에 적정 사업 기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긴급 상황이지만 안정적 시스템 구현을 위해 촘촘한 RFP를 마련하고 기간 내 개발을 위한 적정 과업을 계산했어야 한다”면서 “적정 사업기간 보장, 요구사항 명확화 등 SW 개발 사업 기본을 잘 지켜야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앞으로 공공 발주자 전문성 강화와 이를 위한 민관 협력 네트워크 상시 구축·운영 등이 중요 과제로 떠오른다.

시스템 개선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는 “시스템 발주 단계부터 문제 발생 시 대처 등 사업발주처가 주도해야 할 부분에서 사업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강했다”면서 “클라우드 등 신기술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은 상시 민간 기업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유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