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관은 과학기술 문화 창달과 국민의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국립광주과학관은 광주를 비롯해 전남·북 및 제주권역 등 호남권을 아우르는 과학문화 확산과 과학기술 대중화, 학교 밖 과학인재 양성을 목표로 정부의 과학기술육성기본계획에 따라 지난 2013년에 개관했다.
코로나19는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며 종식을 기대했지만 최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인 우세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팬데믹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코로나 이전(BC)과 코로나 이후(AC)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쩌면 코로나19 종식이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축적해 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역량을 통해 발 빠르게 '비대면'과 '디지털전환'을 이뤘다. 막연히 언젠가 보편화되리라 생각했던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 등의 플랫폼 구축 및 전 국민의 활용이 생활 속에 자리 잡았다. 바야흐로 사회적 거리는 멀어지고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광주과학관 관람객은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중이용시설인 과학관도 큰 혁신을 이뤘다.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 강화를 위해 '사이버 과학관' '드라이브스루 체험꾸러미' 등 신규 플랫폼을 개설, 시·도민들이 거실에서 랜선을 통해 안전하면서도 생생하게 과학관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대면 과학체험을 제공했다. 휴관 기간을 기회 삼아 방역 강화는 물론 신규 전시물 설치 등 새롭게 단장하고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 과학행사를 연구·기획했다.
특히 관람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부 지침을 웃도는 수준의 방역과 거리두기 준수, 관람객 수 제한 등을 통해 믿고 방문할 수 있는 '안심과학관' 유지에 만전을 기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 등으로 비대면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패러다임 전환을 맞은 관련 산업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응 방안으로 삼으니 디지털전환 기회가 온 것이다.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 대응을 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지구상에 있는 수만종의 바이러스 가운데 주종이 될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선제적 연구와 바이러스 출현 시 수개월 내 백신 개발이 되도록 광범위한 시스템이 절실하다.
앞으로는 페이스북·구글과 같은 ICT 기업뿐만 아니라 모더나·화이자와 같은 백신기업 역시 글로벌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것이다.
그다음 순서는 온난화이다. 얼마 전 캐나다 밴쿠버의 열돔 현상으로 한여름 20도 후반이던 기온이 50도까지 치솟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비롯해 환경변화로 인한 기후 비상사태 연구에 속도를 더 붙여야 할 것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 탄소 저감, 환경오염, 자연재난 등 전방위적인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 개발과 국제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과학관은 지금까지 해 온 바이러스·온난화와 같은 기초과학 소통 커뮤니케이터의 역할과 정부정책 및 사회적 이슈를 포럼이나 강연을 통해 국민에게 알기 쉽게 알리는 과학문화 확산, 과학기술 대중화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과학관에 방문하기 위해 늘어선 줄은 짧아질 것이다. 이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관람객 모두를 위한 서로 다른 차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코로나19 시국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과학관은 시·도민들이 일상에서 과학을 느끼고 체험하는 유익한 프로그램을 경험하는 동시에 편히 쉴 수 있는 휴식처이자 배움터가 되는 과학문화놀이 공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김선옥 국립광주과학관장 ssookim6@sciencecenter.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