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 사업을 전담할 핀테크 기반 자회사를 출범한다. 'GLN 인터내셔널'로 명칭을 확정하고 글로벌 간편결제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한다. 기존 태국·베트남·홍콩 등 아시아 지역에서 저변을 넓힌 GLN 브랜드와 결제망 네트워크를 세계로 확대,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GLN 사업을 전담할 신설 자회사 명칭을 GLN 인터내셔널로 확정했다. 기존 GLN 조직에 몸담은 인력 20여명에 외부 채용 20여명을 더해 약 40명 규모로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 양도·양수를 비롯한 관련 승인 절차를 밟고 있어 정식 출범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해당 법인은 다음 달 중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나와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로 이전할 예정이다. 소규모로 출발하는 만큼 스타트업의 자유롭고 의사결정이 빠른 조직 문화를 표방해서 운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GLN 인터내셔널 초대 대표직은 한준성 하나금융 미래금융그룹장 겸 부행장이 맡는다. 한 부행장은 하나금융그룹에서 디지털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GLN 자회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G프로젝트추진단을 이끌며 관련 작업을 해 왔다. 김경호 하나은행 미래금융본부장도 함께 신설 자회사로 이동한다.
GLN 서비스는 하나은행이 해외 가맹점을 보유한 사업자와 제휴해 블록체인 기반으로 시스템을 연계하고, GLN 가맹점에서 GLN머니로 결제하는 금융서비스다. 해외에서 따로 환전할 필요 없이 가맹점에서 GLN머니로 결제할 수 있어 수수료를 크게 줄이고, 환전에 따른 불편도 없앨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포인트, 쿠폰 등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디지털 자산인 포인트 또는 선불충전금을 해외로 송금하거나 현지에서 직접 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차별화 포인트다. 현재 글로벌 결제 서비스를 비자·마스터 등 프로세싱 기반의 신용카드사가 장악했지만 GLN 플랫폼을 이용하면 기존보다 수수료는 낮추고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등 미래 결제시장 파급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은행은 GLN 플랫폼이 디지털자산 활용도를 극대화할 저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금까지는 하나머니로 충전하고 하나은행 예금계좌 중심으로 GLN머니를 환급했지만 앞으로는 참여 금융사를 다양화, 범금융권 서비스로의 확대가 목표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사용 저변 확대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얼마나 많은 제휴 사업자가 GLN 플랫폼에 참여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현재 태국, 베트남, 일본, 홍콩, 라오스 중심으로 현지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GLN을 꾸준히 서비스한 결과 현지에서 상당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다.
GLN은 대만 최대 면세점 에버리치, 전통 야시장, 자판기 등에서 바코드로 결제 서비스를 지원한다. 태국에는 쇼핑몰, 관광지, 야시장 등 약 300만 가맹점이 있다. SSG페이, 토스도 GLN에 합류했다. 이 외에 여러 금융사에서 GLN 플랫폼 참여에 따른 효과와 활용 방안을 내부적으로 살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비자가 글로벌 결제 서비스로 성장한 배경에는 세계 각국의 신용카드사가 글로벌 결제를 위해 비자에 투자하고 결제 네트워크를 이용한 게 주효했다”면서 “GLN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새로운 글로벌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하려면 국내외 금융사와 핀테크, 해외 가맹점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
배옥진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