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은행, 모바일 은행 출현으로 촉발된 디지털 뱅킹 서비스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가속화됐다. 이제는 새로운 표준인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는 그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동안 코어 뱅킹 시스템 자체는 변화 대상이 아니었다. 은행이 계좌와 거래를 처리하는 핵심 기능은 그대로라고 생각했고, 이를 디지털 서비스로 바꿔서 제공하는 것을 디지털라이제이션 또는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고 봤다. 이제는 이에 대한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2~3년 사이 대형 은행에 코어 뱅킹 현대화(core banking modernization)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첫 번째는 고객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가 백 엔드 뱅킹 시스템과 연동하는 과정에서 코어 뱅킹 시스템의 기능과 구조 등에서 유연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내부 개발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 고찰됐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핀테크 생태계 확장과 플랫폼 경제 확산에 따른 디지털 플랫폼 성장 속에서 금융 융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경제 생태계에서는 금융 상품을 어떻게, 어떤 경로를 거쳐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어떻게 소비자를 찾아가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러한 시장 상황 변화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많은 대형 은행이 플랫폼 테크 회사와 새로운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금융 디지털 플랫폼을 변화의 방향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내부 시스템 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 디지털 뱅킹 계층만 추가하는 방식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코어 뱅킹 시스템을 포함한 시스템 전체의 현대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욱이 금융 플랫폼 생태계에서 중요한 오픈뱅킹 서비스, 뱅킹 플랫폼 서비스, 서비스형은행(BaaS; Banking-as-a-Service) 비즈니스를 위해서도 코어 뱅킹 시스템의 변화는 중요하다.
코어 뱅킹 현대화는 국내 은행들이 그동안 수차례 시행해 온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와는 구별해야 한다. 기존 국내 은행권에서 진행된 차세대 뱅킹 시스템 프로젝트는 안타깝지만 하드웨어(HW) 인프라를 바꾸는 리호스팅이거나 프로그래밍 언어 또는 프레임워크를 바꾸는 리플랫폼 정도에 그쳤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지금 시점에서의 코어 뱅킹 현대화는 리팩토링과 리아키텍팅 수준의 변화를 일컫는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마이크로 서비스 아키텍처,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 등의 코어 뱅킹 시스템에 적용되지 않던 혁신적인 기술 적용이 함께 고려되고 있다.
기존 코어 뱅킹 시스템은 우선 어떤 계좌인가를 먼저 선택하고 그 계좌에 어떤 거래를 수행할 것인가라는 사상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제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금융 서비스를 계좌로 표현된 금융 상품으로만 바라보고 이에 맞춘 시스템으로만 구현하면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 구현이 쉽지 않게 된다.
하나의 커다란 시스템에 모든 기능을 집약시켜 놓은 기존 코어 뱅킹 시스템 구조에서는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구현할 때마다 복잡한 코드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 구성을 감안하면서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발된 여러 기능을 하나의 코어 뱅킹 시스템으로 모두 구현하기보다 기능별로 각각 다른 플랫폼으로 구성하고 플랫폼 간 연결되는, 즉 API를 이용한 서비스 연결(service mesh) 방법으로 구현하는 것이 전체 시스템의 복잡성을 낮추고 개별 기능의 플랫폼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운영·관리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개별 기능 플랫폼화는 금융 플랫폼 시대에 필요한 코어 뱅킹 시스템의 새로운 아키텍처라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이와 같은 코어 뱅킹 현대화를 위해 오랫동안 다양한 기술을 검토하고 최근 혁신 기술을 접목하면서 속도를 더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국내 리딩 뱅크로서 넘버원 금융 플랫폼을 완성해서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경쟁 시대를 맞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박기은 KB국민은행 CTO 전무(테크그룹 테크혁신본부장) kieun.park@kbf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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