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국경제 떠받치는 수출기업 리스크 분산에 카자흐는 최적

신중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부단장이 한국-카자흐스탄 관계의 미래 비전과 협력방향을 주제로 한 전문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제공
신중범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부단장이 한국-카자흐스탄 관계의 미래 비전과 협력방향을 주제로 한 전문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카자흐스탄과 지능형 물류운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수에즈운하 사태와 같이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기업이 타격받는 위기 상황을 분산하자는 취지다. 카자흐스탄을 한국과 유럽을 잇는 21세기 실크로드 거점으로 삼자는 뜻이다.

박지원 KOTRA 연구위원은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한-카자흐스탄 정상회담을 기념해 마련한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 기념 전문가 세미나'에서 이 같은 구상을 밝혔다.

박 연구위원은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대륙 중심지에 위치해 향후 유라시아 물류네트워크에서 중계지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카자흐스탄의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에 우리가 참여하거나, 유럽향 물동의 일부를 카자흐스탄의 복합물류운송체계를 활용해 다변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무역의존도가 63.5%에 달한다. 코로나19 경제회복 과정에서 수출이 최대폭으로 늘어나며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에즈운하 사태를 비롯해 해운운임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 유럽과의 안정적 무역을 위한 방안인 셈이다.

박 연구위원은 특히 양국이 지능형 물류운송시스템을 함께 구축하면 양국이 원하는 수출안정화 및 경제인프라 활성화가 충족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백경민 숭실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카자흐스탄 대학의 세계화 전략을 우리나라 북방경제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징검다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외교·안보 분야 협력 방향으로는 카자흐스탄을 북핵협상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카자흐스탄은 남북 모두와 수교한 나라다.

고재남 유라시아정책연구원장은 “카자흐스탄의 이란 핵협상 장소 제공 사례와 같이 북한 핵협상 장소로 활용방안을 강구해 볼 수 있다”면서 “또 카자흐스탄의 '중앙아시아 비핵지대화 조약'을 벤치마킹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비핵지대화 추진을 위한 협력과 북한의 참여를 설득하기 위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건 분야에선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협력 강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상환 한국벤처재단 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AI를 활용한 체외진단 키트 개발, ICT 기반의 첨단 의료시스템과 비대면 방역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경쟁력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 왔다”면서 “우리가 가진 ICT 역량이 결합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현지 진출을 촉진할 수 있는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금영 전 주탄자니아대사가 한국-카자흐스탄 관계의 미래 비전과 협력방향을 주제로 한 전문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제공
송금영 전 주탄자니아대사가 한국-카자흐스탄 관계의 미래 비전과 협력방향을 주제로 한 전문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제공

북방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ICT 기반 보건의료와 스마트팜, 그린 산업 등 미래 성장산업에서 카자흐스탄과 상호협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상했다. 카자흐스탄은 문재인 정부 핵심 대외정책인 신북방정책의 중요한 협력파트너다.

신중범 북방위 부단장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카자흐스탄은 최근 글로벌 에너지 수요와 자원시장 변동성에 취약한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다변화와 국영기업 민영화 등을 추진 중”이라며 “카자흐스탄이 추진하는 '그린 카자흐스탄' 및 '디지털 카자흐스탄' 정책은 우리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 IT, 응용기술 및 제조업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에겐 최적의 협력 파트너”라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