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프라인 유통가 2분기 실적의 희비가 엇갈렸다. 보복소비 수혜를 누린 백화점은 실적 반등에 성공한 반면,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대형마트는 기존점 신장에 힘입어 일부 선방했지만 시장 예상치를 다소 밑돌았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 주요 백화점 3사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명품 소비가 늘고 지난해 부진했던 고마진 패션 상품 판매가 늘며 뚜렷한 회복세를 거뒀다.
신세계백화점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67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180.3% 증가했다. 2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5.0% 증가한 4969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1.0%, 56.5% 신장하며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현대백화점도 올 2분기 영업이익이 6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9%나 증가했다. 매출은 더현대서울 등 신규 점포 효과에 힘입어 28.1% 늘어난 5438억원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은 2분기 영업이익 620억원으로 40.9% 늘었다. 매출은 7210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8.2% 증가했다.
이번 매출 신장은 보복소비 영향을 받은 명품과 패션이 주도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 명품 매출 신장률이 55.4%에 달했다.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 해외명품 판매 매장이 들어선 본점과 강남점의 성장률은 25%, 23%로 일반 점포 신장률을 웃돌았다. 뿐만 아니라 고마진 상품군인 의류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수익 개선을 이끌었다. 신세계는 2분기 해외패션과 남성, 여성패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2.8%, 26.3%, 23% 늘며 고성장을 이어갔다.
반면 대형마트와 SSM은 e커머스 업계와 식료품·생필품 영역에서 경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수익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마트는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 7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하회했다. 이는 전반적 매출 호조에도 마케팅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2분기 영업손실 2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관비가 10% 줄었고 82억원가량의 일회성 이익도 반영되며 손실폭은 380억원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롯데마트는 기존점이 1.7% 신장했지만 해외점포 정리 등의 영향으로 매출마저 4.8% 감소했다.
SSM은 전반적으로 2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GS더프레시(GS수퍼마켓)는 2분기 영업이익이 31억원으로 작년 동기대비 66.3%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974억원으로 5.5% 줄었다. 지난해 재난지원금 사용에 따른 역기저 현상도 작용했지만 기존점 신장률이 줄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마트에브리데이는 2분기 영업이익 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억원 개선됐지만,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이 35.8% 줄었다. 롯데슈퍼는 판관비 절감과 부진점 구조조정으로 손실폭은 줄였지만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롯데슈퍼의 2분기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억원 줄어든 2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3분기에는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반기 실적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상반기 지속된 코로나 영향 속에서도 실적 반등에 성공한 백화점은 이달 말 오픈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과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등 대형 점포의 신규 출점을 앞세워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