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퓨얼셀이 올 상반기에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발주량의 10%밖에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80% 수준에서 급락했다. 두산퓨얼셀은 시장이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로 바뀌는 과정에서 수주가 일시 급감한 것으로 파악했다. 업계에서는 블룸SK퓨얼셀에 밀려 점유율이 대폭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에 시행될 CHPS에 두산퓨얼셀의 연료전지 사업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퓨얼셀은 올 상반기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서 전체 발주량의 10%만 수주한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상반기 80% 수주와 비교해 점유율이 대폭 하락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의 70%, 2019년에는 73%를 각각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 이례적으로 점유율이 급감했다.
두산퓨얼셀은 '발전용 연료전지' 수주의 급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RPS로 보조하는데 정부는 내년에 신설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지원 방식을 CHPS로 전격 바꿀 예정이다. 발전용 연료전지 주요 수요처인 발전공기업에서 제도 개편을 앞두고 수주 규모를 대폭 줄인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두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발주가 발전공기업 쪽의 두 건밖에 없었다”면서 “연간 수주 목표는 전년과 유사하게 잡고 있다”고 밝혔다.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블룸SK퓨얼셀이 시장을 장악했다는 시각도 있다. 블룸SK퓨얼셀은 SK에코플랜트와 미국 블룸에너지가 합작한 법인으로, 블룸에너지의 연료전지를 국내에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경북 구미 지역에 제조공장을 설립하면서 국내 영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룸에너지 연료전지가 두산퓨얼셀 연료전지보다 발전효율이 뛰어나기 때문에 주요 수요처인 RPS 의무공급자가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블룸에너지가 제조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발전효율이 50~60%대인 반면에 두산퓨얼셀이 제조하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는 발전효율이 40~45%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우리나라 두산퓨얼셀과 미국 블룸에너지가 양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국산 기술을 갖추고 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제조사다.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하면 해외 사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대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내년 CHPS 제도가 어떻게 도입되느냐에 따라 두산퓨얼셀 연료전지 사업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CHPS에서 발전효율과 함께 열효율을 포함할지가 중요하다. 연료전지 업계 관계자는 “발전효율로 보면 블룸에너지 연료전지가 뛰어나지만 종합효율은 두산퓨얼셀이 뛰어나다”면서 “열까지 포함하면 두산퓨얼셀 연료전지가 경쟁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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