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보험료가 올해 10%가량 인상됐지만, 올해 상반기만 5조원 넘는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내장, 도수치료 등 건강보험 미적용 대상인 '비급여' 의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지만, 가입자가 적고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커 올해 역시 실손보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발생손해액(보험금 지급액)은 작년 상반기(4조9806억원)보다 11.0%(5465억원) 늘어난 5조527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손보험 손해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8년 7조4552억원으로 집계된 실손보험 손해액은 2019년 9조4638억원, 2020년에는 10조1017억원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우선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서 사업운영비를 빼고 보험금 지급 재원으로 쓰이는 '위험보험료'는 지난해 상반기(3조7740억원) 대비 4004억원 많은 4조1744억원이나 걷었지만 보험금 지급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는 비급여 진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여파다. 백내장, 도수치료, 비타민·영양주사 같은 건강보험 미적용 비급여 의료비 관련 10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2018년 2490억원에서 지난해 6374억원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4813억원을 집계됐다.
보험사의 실손보험 손실 규모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손보사들은 1조4128억원 보험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보다 2147억원 전체 손실이 늘었다.
올해 1월 2세대 상품인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의 보험료가 회사(손해보험사)별로 8.2∼23.9% 오르고, 1세대 구실손보험(2009년 9월 이전 판매) 보험료는 6.8∼21.2% 인상됐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에도 손실은 되려 늘어난 것이다.
상반기 위험손해율(위험보험료 대비 보험금 지급액 비율)은 132.4%를 기록했다. 사업운영비를 포함한 보험료 전액, 즉 영업보험료를 기준으로 계산한 영업손해율은 위험손해율보다 10∼13%포인트(P) 낮은 점을 고려하면 영업손해율은 120∼123% 수준으로 추정된다.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보험료 1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만2000원을 지급했다는 의미다.
업계는 올해 역시 실손보험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료가 인상됐지만,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의 의료쇼핑 등 비급여 진료는 여전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보험료 인상과 4세대 실손보험 출시에도 손실 폭이 계속 증가하는 만큼 올해 역시 보험료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손보험 손실을 완화하기 위해선 비급여 부분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 손실은 비급여 관리 체계 부실에 따른 것으로, 일부 의원의 경우 상급병원보다도 높은 진료비를 받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원가 등이 고시되는 강력한 비급여 관리 체계를 만들지 않고선 이런 손실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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