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을 일으켜 세운 건 '커넥토그래피'(Connectography)였다. '커넥토그래피'는 연결(Connect)과 지리(Geography)를 합성한 신조어다. '커넥토그래피 혁명'을 쓴 파라그 카나는 '연결 혁명'을 강조했다. 주요 방송국 무대에 설 기회가 없었던 BTS는 유튜브를 적극 활용했다. 공연뿐만 아니라 연습 장면, 백스테이지 영상 등을 올리고 글로벌 팬들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BTS 제국을 확장해 나간 것이다. 그 결과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비틀스를 뛰어넘는 전설적 그룹으로 성장했다. 커넥토그래피 혁명은 국경·영토·지리에 갇혀 있던 우리의 오래된 상식과 관념을 뒤바꾸고 있다.
연결 혁명을 이끈 핵심 기술이 바로 '플랫폼'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을 보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2위부터 8위까지가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이다.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기차 환승역처럼 플랫폼 경제는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한다. 플랫폼은 접근·재생산·유통비용이 거의 제로인 반면 다양한 이용자 집단을 매개하는 인프라 구조를 제공하고, 네트워크 효과가 유발되는 성과를 향유한다. 그래서 플랫폼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장점은 분명하다. 플랫폼은 사용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디지털 환경을 제공한다. 아마존·당근마켓·카카오택시처럼 공급자에게는 더 큰 혁신의 자극, 소비자에게는 더 큰 만족을 선물한다. 플랫폼은 필연적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을 가져온다.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쌓아 두고 분석할수록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맞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확산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것이 경쟁력 있는 연결성이 되고, 디지털 영토를 확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유튜브만 보더라도 성공적 플랫폼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다. 플랫폼 자체 혁신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를 연결해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독점적 지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나간다.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항한 '플랫폼 중립성'도 고민해야 할 때다. 이미 거대 통신 사업자의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망 중립성' 개념이 등장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 전성시대에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시티, 자율주행,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과제는 인프라 기반의 플랫폼이다. 인프라는 공간정보를 토대로 플랫폼 경제를 형성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판 뉴딜' 세부 과제를 보면 디지털트윈을 포함해 공간정보를 토대로 한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상당수다. 그러나 부처 간 칸막이로 인해 서로 융복합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 행정 서비스 접목을 위해 데이터 표준화도 시급하다. 이에 따라 디지털트윈의 주요 기반인 공간정보 활성화 생태계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논의돼야 한다. 국토 분야의 공공데이터만이라도 통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과 상생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플랫폼 경제 핵심 인프라인 공간정보를 제공하는 국내 유일의 국토정보 전문기관으로서 플랫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다. LX공사는 다부처 정부사업 공간정보체계를 구축·지원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확산, 민간과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보다 더욱 적극 투자해서 플랫폼에 기반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고 민간과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려면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모쪼록 LX공사가 공사법 제정을 통해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주체가 돼 글로벌 시대를 리딩하는 국토정보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이와 함께 국가 자산인 국토정보를 디지털화해서 공간정보 기반의 새로운 개별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동시에 독점 폐해 예방 역할을 해 주길 당부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LX공사에 요구하는 시대적 사명이라 할 것이다.
박소아 바이브컴퍼니 Digital Transfomation본부 전무 soapark32@vaiv.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