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주방가전 '서비스'로 한판 승부...가전 패러다임 전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방가전 시장에서 서비스로 한판 승부를 펼친다. 기기 성능을 넘어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서비스와 식품업체와 협업으로 충성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식품·유통산업과 융합한 주방가전이 새로운 가전 격전지로 부상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IT 기반 서비스를 활용한 다중조리기구(멀티쿠커) 판매 경쟁을 하고 있다. 조리기구 성능은 물론 서비스까지 차별화를 내세우면서 '집콕족' 잡기에 나섰다. 멀티쿠커는 전자레인지, 오븐, 에어프라이어 등 다양한 조리기기를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지난 2일 삼성닷컴 라이브커머스로 진행된 비스포크 큐커 위크 방송에서 개그맨 부부 홍윤화, 김민기와 삼성전자 직원이 비스포크 큐커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 2일 삼성닷컴 라이브커머스로 진행된 비스포크 큐커 위크 방송에서 개그맨 부부 홍윤화, 김민기와 삼성전자 직원이 비스포크 큐커를 소개하고 있다.

멀티쿠커 경쟁에 불을 지핀 곳은 삼성전자다. 지난달 '비스포크 큐커'를 출시하면서 8개 식품회사와 협업 전선을 구축했다. 24개월간 월 3만9000원 이상 간편식을 구매하면 50만원 대 기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 마케팅을 선보였다.

출시 당일 라이브커머스 누적 시청자는 40만명을 돌파했다. 5일간 진행한 '비스포크 큐커 위크' 동안은 총 104만명이 방송을 시청하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최근 급증하는 밀키트 수요를 적절히 이용한데다 구독 서비스와 결합한 '기기값 공짜' 전략이 초기 흥행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큐커'로 흥행몰이를 하면서 LG전자도 'LG 디오스 광파오븐'으로 대응에 나섰다. LG전자는 2019년 풀무원, 지난해 동원F&B와 협약을 맺고 80여개 간편식을 대상으로 바코드를 인식해 자동 조리하는 '인공지능쿡'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CJ제일제당과 추가로 협약을 맺고 20여개 간편식에 대한 AI 조리 서비스를 확대했다. 연내 협력 식품 기업과 조리 알고리즘을 확대해 고품질 조리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 모델이 최적 조리법을 찾아주는 디오스 광파오븐 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모델이 최적 조리법을 찾아주는 디오스 광파오븐 을 소개하고 있다.

양사 멀티쿠커 판매 전략은 유사하지만 차이가 있다. 각각 '스마트싱스'와 'LG씽큐'라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활용해 간편식에 표기된 바코드를 찍어 자동 조리하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은 유사하다. 급성장하는 간편식 수요를 멀티쿠커 판매에 적극 활용한다는 점과 기기 성능을 넘어 개인 맞춤화된 사용자경험 제공을 지향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멀티쿠커 시장만 바라볼 게 아니라 더 큰 수요층이 존재하는 밀키트 시장을 노려 함께 성장하는 전략”이라면서 “기기 본연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차별화된 서비스와 사용자경험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판매 방식과 세부 전략에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초기 8개 식품회사와 협업해 공동 개발한 최적 레시피와 구매 부담을 상쇄하는 구독 서비스로 새로운 시도를 모색 중이다. 특히 AI 조리 알고리즘과 식품 정보, 추천 등은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에서 제공하지만, 구매만큼은 개별 식품업체 사이트에서 이뤄지도록 설계했다. 종속 없는 폭넓은 협력관계 구축이 목적이다.

삼성-LG 멀티쿠커 비교
삼성-LG 멀티쿠커 비교

반면에 LG전자는 최고 수준 성능을 기반으로 최상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9개 조리 기능을 하나로 합친 데 이어 업계 유일 스팀조리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삼성전자보다 협력 식품회사 수는 적지만 다년간 협업관계를 구축해 폭넓은 제휴식품을 보유한 점도 강조한다. 여기에 경쟁사와 달리 조리 알고리즘, 식품정보는 물론 구매까지 LG씽큐 안에서 이뤄지도록 설계한 것은 가장 큰 차이다.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LG전자 관계자는 “업계 유일 스팀조리 기능을 탑재해 맛은 물론 위생까지 신경 쓴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면서 “올해 협력 식품사를 확대해 고객 맞춤형 조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