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가계대출 조이기'...대출금리 인상 가능성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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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시중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고삐를 바짝 죄면서 올 연말까지 시중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점점 어려워질 전망이다. 일부 대출상품 신규 취급을 중단한 은행이 나오자 다른 은행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벌어질 우려가 생기면서 나머지 은행도 대출 증가율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인상 등 방안을 적용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22일 주요 5대 은행인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총 잔액은 695조78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8%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이 5~6%를 넘지 않도록 주문했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은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보다 7.3% 증가해 이미 금융당국의 연간 기준치를 초과했다. 하나은행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4.2%로 높은 편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2.9%, 신한은행은 2.1%로 뒤를 이었다.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초과함에 따라 지난 19일 가계담보대출 신규취급 중단을 결정했다.

SC제일은행은 담보대출 중 하나인 '퍼스트홈론' 중 신잔액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 연동상품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오는 30일부터는 이 대출 우대금리를 조건별로 0.2~0.3%포인트 줄인다. 우리은행은 전세자금대출 3분기 한도가 소진돼 다음달까지 제한적으로 취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일부 은행이 대출 신규취급을 중단하거나 한도 감축에 나서면서 다른 은행으로 대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출 금리를 조정해 대출 증가속도를 조절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미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낮추고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출 금리를 점점 높이고 있다.

주요 은행의 대표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지난 1월 최저 연 2.19%, 최고 연 3.74%였다. 이에 비해 지난 19일 기준 최저 금리는 연 2.28%, 최고 금리는 연 4.01%로 높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1월 말 연 2.417∼4.071%에서 19일 연 2.48∼4.65%로 금리 상단이 약 0.6%포인트 올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 은행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거나 대출 기준이 느슨하면 대출 쏠림 현상이 매우 뚜렷해진다”며 “대출이 몰리면 언제라도 관리 계획을 넘어설 수 있어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중앙회에 신용대출 한도를 대출자 연소득 이내로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한도는 은행권보다 낮지만 정액으로 1억∼1억5000만원 한도를 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목표치를 21%로 제시했다.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높은 부도율을 고려해 저축은행이 충당금을 더 많이 쌓도록 하는 방안 등도 살펴보고 있다.

당국은 농·축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관리·감독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일 금융위원회를 찾아 전국 농·축협 집단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각 조합별로 목표치를 설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60%인 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낮추겠다는 방침도 전달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는 26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된다. 가계부채와 부동산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에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문제를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