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장치를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 됐다. 실제 구현에 성공하면 사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각종 시행착오를 줄이고, 기술 발전 속도를 배가할 수 있다. 핵융합 연구 분야에서는 처음 있는 시도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원장 유석재)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핵융합장치를 가상화 한 '버추얼 데모' 개발에 착수했다고 23일 밝혔다.
개발 과정은 핵융합연의 핵융합장치인 한국형초전도핵융합장치(KSTAR),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디지털 공간에 구현, 이것이 얼마나 실제와 유사한지 살펴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핵융합장치도 구현해 버추얼 데모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해 나간다. 이를 활용하면 가상공간에서 핵융합장치 동작을 모사하고, 운전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미 KSTAR 형상 모사는 마무리됐다. 개별 부품과 장치를 목적에 맞게 수정하는 기술도 확보됐다. 올해 말까지 플라즈마 이온 및 전자 가열 모사, 플라즈마와 토카막 내부 벽면 상호작용 등을 모사하는 일부 기능까지 더해 '버추얼 KSTAR'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2027년까지는 다양한 KSTAR 모니터링 정보를 가상 세계에 구현하고, 실제 실험 전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후 2031년까지 '버추얼 ITER'를 구현한다.
핵융합연은 지난해 연구원이 도입한 슈퍼컴퓨터 '카이로스'와 인공신경망 기술, 유니티 게임 엔진을 활용해 기술을 구현 중이라고 밝혔다.
게임 엔진에 포함된 물리 엔진을 수정 및 최적화해 핵융합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리 현상을 보다 면밀하게 기능 모사할 수 있도록 작업 중이다. 물리현상을 가상에서 모사하는 것은 현재 게임 엔진을 따를 것이 없다. 이 때문에 게임 전문가도 일부 개발 인력에 포함돼 있다. 게임 분야 인력도 대규모 병렬 연산이나 컴퓨터 잠재 성능을 이끌어내는데 전문성이 있다.
권재민 핵융합연 통합시뮬레이션 연구부장은 “핵융합 기술은 개발과 실험 과정에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버추얼 데모를 활용한다면 이런 실패와 시간 소요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게 된다”며 “가열장치 추가나 토카막 내부 소재 교체와 같은 업그레이드 시에도 사전에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
김영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