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병원이 그동안 원내에 운영해 온 전산센터를 외부의 인터넷데이터센터(IDC)로 이전한다. 지난 2016년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이후 5대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전산센터를 상업용 IDC로 이전하는 첫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전산센터 이전과 IDC 상면 임차에 관한 세부 요구사항을 담은 'IDC 상면 및 전용선 선정 등에 대한 용역' 제안요청서를 공고했다. 조만간 국내 IDC 사업자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 IDC 상면과 전용선 임차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원내 전산센터를 IDC로 이전하면 병원정보시스템(HI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업무시스템 등 운영에 외부 인프라를 이용한다. 병원 특성상 전산시스템의 완전 중단이 불가능한 만큼 내년 초까지 기존 시스템 중단을 최소화하면서 안정된 순차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IDC 요건으로 △최근 6년 이내 건축된 최신 IDC △랙 수용 용량 500개 이상 대형 IDC △서울대병원에서 30㎞ 이내 위치 또는 동일 수준의 전용회선 통신 속도를 보장할 수 있는 IDC 위치 △전용회선 서비스 통합 제안 가능 IDC 사업자 △국제 IDC 인증 등을 제시했다.
전산센터 이전은 최근 주요 상급종합병원이 겪고 있는 원내 공간 부족 문제의 해소 목적이 크다. 원내 전산실을 원외로 이전하면 공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EMR)을 의료기관 내에만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이 사라지면서 외부 IDC 이용이 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의료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의료기관 내에서만 보관 가능했던 EMR를 외부 전문기관에도 맡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를 통해 원외 전산실 설치, 본원과 분원 전산시스템 통합, 백업센터 설치 등이 가능해지고 클라우드 EMR 도입 길도 열렸다. 이후 클라우드 EMR를 도입하는 병원이 늘었지만 원외 전산실 설치는 보안 등 문제로 적극적이지 않았다.
빅5 상급종합병원 가운데에서는 가톨릭중앙의료원이 2008년 자회사 평화이즈를 통해 통합 IDC를 구축, 서울성모병원을 포함한 산하 8개 병원의 전산을 통합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 경우 가톨릭중앙의료원의 단일 의료원 체제에서 의료기관 내부 구축 사례로 간주, 통신사나 정보기술(IT)서비스 업체의 IDC 상면을 임차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23일 “관련 법령 개정으로 전산센터를 외부 IDC로의 이전이 가능해졌고, 원내 공간 부족 문제가 대두되면서 외부 이전을 적극 고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체 건물과 서버를 구매해 독자 IDC를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이 경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상용 IDC 임차가 합리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경기 시흥시 배곧서울대병원이 완공되면 독자 IDC 구축 방안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