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중국산 전기 이륜차를 국산으로 둔갑해 판매한 복수의 국내 업체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이들은 중국 알리바바 등 사이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기 이륜차를 완제품으로 수입했지만 부품을 수입한 것처럼 꾸며서 국산품으로 둔갑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 제품의 중국 현지 가격은 100만~200만원 수준이지만 최대 330만원의 국가 보조금 지원을 받고 소비자에게 350만~400만원 수준으로 판매했다. 허위로 구매계약서를 꾸미는 등 수법으로 정부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사건에 이어 중국산 제품을 국산으로 판매한 의혹까지 불거졌다.
23일 관세청이 중국산 완제품 전기이륜차를 부품으로 수입해서 국내 생산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전기이륜차 업체 10곳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는 이미 보조금 부정 수급 의혹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3개 업체를 포함, 10여개 업체다. 환경부의 전기 이륜차 보조금 혜택을 받는 국내 업체 40곳 가운데 20%가 넘는 곳이 이 같은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관세청은 이들 회사가 위치한 서울 등 주요 지역 세관별로 밀수 등 조사 업무를 배분,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완제품으로 수입했지만 부품으로 신고한 사실이 밝혀지면 이들은 'HS코드 허위신고'와 '자동차 관리법' 위반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국가 보조금 지침에 따라 수입 제품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지만 밀수 등 불법 제품으로 판정되면 전기차 보급 주무 부처인 환경부도 불법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한 셈이 된다.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청-국토교통부, 환경부-지방자치단체 등의 업무 과실 이슈로 번질 수도 있다.
본지가 알리바바 등을 조사한 결과 100만원 수준의 제품이 국내에서 400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이들은 알리바바 등 판매 사이트에서 고객 반응 등의 상품성을 검증한 뒤 해당 제작사를 찾아 대량 주문하는 형태로 거래해 왔다. 대량 주문 시 회사 로고, 슬로건 등 일부만을 변경해 국산품으로 판매했다. 배터리 팩, 사이드미러 등 일부 간단한 부품을 교체해 조립하거나 완제품을 그대로 들여와 '국내산'이라고 판매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관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전기 이륜차 업체가 위치한 해당 지역 세관별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조사 이전 단계에 있다”면서 “세부 내용은 조사가 끝나지 않아 알려줄 수 없다”고 전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관계 당국의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 초기인 국내 전기이륜차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