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리포트]가상자산 시장 다시 '불장' 시그널…연말까지 랠리 기대감↑

[산업리포트]가상자산 시장 다시 '불장' 시그널…연말까지 랠리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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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시세가 1BTC 기준 5500만원선을 돌파하는 등 지난 7월 중순 이후 4주 연속 가상시장 전반이 거친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올해 전고점까지 회복은 아직 요원하지만 저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코인이 등장하는 등 완연한 회복세를 보인다.

가상자산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큰 비트코인은 지난 7월 19일 저가 3483만원으로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7월 말 종가 기준 4855만원을 기록한 후 8월 중순에는 5500만원을 넘어섰다. 한 달 만에 2000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이더리움, 도지코인을 포함한 알트코인도 따라 올랐다.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된 모든 가상자산을 구성종목으로 하는 업비트 디지털 자산지수(UBMI) 지수는 지난 7월 20일 6233.81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8월 13일 10418.50포인트를 기록하며 5월 20일 이후로 석달 만에 처음으로 1만포인트를 넘어섰다.

가상자산 투자자 심리지수를 의미하는 '업비트 탐욕지수'는 7월 '중립' 단계를 넘어 8월 13일 기준 75.50으로 급등해 '탐욕' 단계에 들어섰다. 극단적인 심리적 위축을 의미하는 '매우 공포' 단계 이후 3개월 만에 지수를 대부분 회복했다.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낙관을 의미한다. 80포인트 이상인 '매우 탐욕'은 높은 거래량과 강한 변동성을 동반한 상승 단계로, 변동성에 주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시장이 과열됐던 올해 2월과 4월 탐욕지수가 80포인트를 넘어서며 매우 탐욕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가상자산 상승세는 IBM과 애플에 이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입한다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대형 업체들이 잇달아 결제 등을 통해 기존 사업과 가상자산 간 연계점을 찾으면서 투자 심리가 고무된 것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채용 공고를 통해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 전략 및 제품 계획'을 수립할 전문가를 찾는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매체 시티에이엠은 아마존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아마존이 올해 말까지 BTC 결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초까지 자체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계획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며칠 뒤 아마존 측이 공식 트위터를 통해 시티에이엠 보도를 전면 부인했음에도 상승세는 움츠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대형 가상자산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대규모 인출되는 등 기관투자자 자금이 다시 가상자산 시장으로 돌아온 정황이 다각도로 포착됐다.

가상자산을 실질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결제 사업자 페이팔은 2900만개에 달하는 페이팔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 출시를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신용카드사 비자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연내 USDC 결제 기능을 제공한다. 인터컨티넨탈익스체인지(ICE) 산하 비트코인 선물 거래소 '백트'(Bakkt)가 소비자용 가상자산 전자지갑 '백트'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유한 가상자산을 미국 달러화로 변환해 스타벅스 등 주요 글로벌 브랜드에서 결제할 수 있다.

◇사라진 '김치 프리미엄'…국내 코인이 더 싸기도

이번 상승장이 주목받는 점 중 하나는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시세가 외국 가상자산거래소 대비 높은 가격에 형성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투자 열기가 비교적 더 높고 채굴 등으로 인한 공급은 부족한 탓에 10~20% 김치 프리미엄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8년 1월 김치 프리미엄은 55% 이상이었으며 올해 4월 상승장에서도 20% 이상을 유지했다.

김치 프리미엄 분석 플랫폼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와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의 비트코인 가격 차이는 -0.2%까지 축소됐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오히려 저렴해진 것이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 환경이 외국에 비해 척박해진 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오는 9월 24일까지 요건을 갖춰 신고수리를 완료해야 하는데, 마감 한 달여를 앞둔 시점까지도 이를 완료한 사업자는 한 곳도 없다. 은행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지 못한 중소형 가상자산거래소 줄폐업이 이어지고 대형 업체들도 원활한 신고 수리를 위해 상장 코인 숫자를 대폭 축소하다보니 투자심리도 악화된 것이다.

외국계 거래소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바이낸스는 이달 10일부터 한국어 언어 지원 서비스를 중단하고 통화 설정에서 '원화(KRW)' 옵션도 삭제했다. 국내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와 같은 규제 기준을 외국계 거래소에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당국은 바이낸스 역시 마감기한까지 실명확인계좌 등 조건을 갖춰 신고수리를 완료하지 않으면 불법 영업으로 간주하고 사이트 접속 차단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시장이 큰 프리미엄 없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점을 호재로 해석하기도 한다. 통상 매수와 매도 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한 국내 시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은 시장 가격이 자리 잡아 전체 시장 관점에서 볼 때는 나쁘지 않은 시그널이라는 것이다. 또 과거에도 김치 프리미엄이 높게 형성된 이후에는 시장 조정을 받는 과정이 반복되기도 했다.

◇11월 비트코인 '탭루트 업데이트'…랠리 지속 여부에 주목

오는 11월 진행되는 비트코인의 '탭루트' 업그레이드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다. 탭루트 업그레이드는 2017년 진행됐던 세그윗 업그레이드 이후 비트코인에서 4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업그레이드다. 비트코인 전송속도가 빨라지고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도 강화됨에 따라 투자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이더리움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스마트 콘트랙트'를 비트코인 생태계에서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곧은 뿌리'라는 의미를 담은 탭루트는 기존 비트코인의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는 업그레이드다. 이번 업그레이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경점은 '슈노르 서명' 도입이다. 이는 공동 공개 키를 생성해 서명 하나로 공동 서명하는 방식인데, 블록 크기 제한 변경 없이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업그레이드에 적용될 예정인 '스크립트' 기능은 비트코인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해당 기능을 사용하면 거래 인증 서명을 여러 개 섞어 기록, 거래 추적을 어렵게 하면서 거래 수수료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동안 이더리움 등에서 활성화됐던 '스마트 콘트랙트' 기초 기능을 비트코인에서 구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더리움은 8월 5일 '런던 하드포크'를 진행한 이후로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이더리움은 이용량 증가에 따라 과부하가 발생하면 트랜잭션 수수료가 너무 많이 든다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데 런던 하드포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업그레이드다. 개선안 도입으로 트랜잭션 수수료가 저렴해지고 비용 예상도 쉬워짐에 따라 이용 효율이 높아지고 이더리움 수요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상자산 시장 전문 분석가 크립토 메시아(Crypto Messiah)는 “오는 11월 탭루트 소프트포크 업데이트가 출시되면 비트코인 가격은 새로운 최고치를 달성하게 될 것”이라면서 “수수료 소각 메커니즘이 적용된 이더리움도 가격이 치솟았으며, 비트코인도 이더리움과 비슷한 궤도를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변수는 금리 상승…美 테이퍼링 가시화

금리 인상은 증시와 외환은 물론 가상자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올해 초 시작된 가상자산 상승장도 저금리 영향으로 시장에 풀린 자금이 증대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개시하면 가상자산 시장 상승세가 꺾이는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테이퍼링 개시 가능성이 연내로 예상되면서 증시와 외환 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특히 국내로 몰렸던 투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증시는 하락, 달러 강세로 환율은 치솟았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 34.2원 급등했다. 미 연준이 연내 테이퍼링에 본격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 수요가 늘어난 탓으로 풀이된다. 이와 더불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주식 매각 자금을 자국으로 송금하는 '역송금' 수요가 증가한 것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DXY)도 이날 93.5선까지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점을 경신했다.

다만 아직까지 이번 테이퍼링 시그널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다. 뉴욕 3대 증시가 급락하는 등 세계 증시가 크게 출렁인 가운데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은 같은 기간 여전히 상승장을 유지하고 있다. 내재적 가치가 없는 가상자산은 더 큰 폭의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실제 결과는 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가상자산을 안전자산으로 간주, 증시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이 가상자산으로 흘러들어와 매수세를 부추겼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자들은 오는 2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릴 예정인 '잭슨홀 미팅'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매년 8월 개최하는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 미팅에는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금융시장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과거 연준은 잭슨홀 미팅을 통해 주요 통화 정책 방향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어 이번에도 테이퍼링 시기와 규모, 속도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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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