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지인이 한 말이 기억난다.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PC의 본체 내부를 청소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놀랐다고 한다. 어린아이조차도 알 만한 기업의 PC 내부 부품이 한두 개만 빼고 다 해외에서 생산하거나 외국산 제품이라는 사실에 놀란 것이다. 필자는 PC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실을 다 알고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말한다고 핀잔을 줬다.
PC의 주요 부품은 중앙처리장치(CPU), 메인보드(MB), 기억장치(RAM), 저장장치(HDD, SSD), 그래픽장치(VGA), 운용체계(OS)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타 전원장치, 케이스, CD-ROM 등이 있다.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PC는 모두 이와 같은 부품으로 구성됐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 PC는 주로 대기업의 완제품 형태로 공급돼 어떤 부품이 어떻게 탑재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제조사에서 제공되는 사양으로만 인지됐다. 그러나 PC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인터넷 등에서 PC 조립 매뉴얼을 제공하면서 나만의 PC를 갖고자 부품 사양 및 제조사 등을 비교·검토해서 조립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IDC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PC 시장의 약 226만대 가운데 약 78만대 정도가 조립시장이고 그 외 민수시장이 100만대, 잔여 물량이 공공조달시장에 완성품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PC는 기호성 강한 제품으로, 공공조달시장에서조차 전통적으로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품목 가운데 하나다. 이 때문에 정부로부터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중소기업 제품은 상대적으로 사용을 기피하고 사용자에게 막연한 불신을 받고 있었다. 그나마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정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자간 경쟁품목으로 지정돼 공공조달시장에서 약 50만대가 중소기업 제품으로 공급되고 있다.
지금은 중소기업의 철저한 품질관리와 관련 인증 취득 등 각고의 노력 및 홍보로 불신은 많이 해소됐다. 그래도 중소기업 제품이 대기업 제품보다 성능이 떨어진다는 오해가 많다. 과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품은 차이가 있을까.
주요 원자재 순으로 CPU는 인텔 또는 AMD, OS는 마이크로소프트(MS)로 대·중소기업 모두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저장장치는 삼성·씨게이트 등,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AMD로 대·중소기업 모두 마찬가지로 동일한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그 외 다른 주요 부품도 모두 대동소이한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사용 부품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도 '디자인 등 설계→원자재 구입→원자재 검사→조립·생산→포장·출하' 공정으로 대·중소기업 모두 동일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기업의 경우 원가 절감 목적으로 전량 해외 위탁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은 전량 국내 직접 생산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어 국내 고용 창출과 내수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품 및 생산 공정은 동일하다. 오히려 중소기업은 국내에 여러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만연한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어려운 시기에도 우리 중소 컴퓨터 업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더욱 고객 중심 경영과 고객 기호에 맞는 제품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중소기업 제품이 대기업 제품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오해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동수 정부조달컴퓨터협회장 mkt@tre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