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와 제휴·투자를 추진했던 제도권 금융사들이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다. 머지포인트에 대한 이용자와 소상공인들의 분노가 자칫 이들 금융사에 전가될까 전전긍긍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머지플러스와 연내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하지만 사업 자체가 백지화된건 아니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머지 PLCC 출시 관련 계획은 중단한 상황이지만, 카드 출시 등을 백지화하지는 않았다”면서 “추후 상황을 보고 재개 또는 중단 여부를 판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앞서 KB국민카드는 6월 머지포인트와 업무 협약을 체결, 머지포인트 혜택을 담은 PLCC를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머지 PLCC에는 머지포인트 정기구독 서비스와 제휴 가맹점 추가 할인 등이 담길 예정이었다. 머지포인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머지 PLCC를 간편 발급받도록 하거나 KB페이와 연계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됐다.
머지플러스에 최근 투자의향서(LOI)를 밝힌 하나금융투자도 단순 검토 단계에 불과했다면서 일축했다. 투자의향서는 본 투자 계약에 앞서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의향을 밝히는 문서다. 투자희망금액과 주당인수가액을 비롯해 자세한 투자방법이 기록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LOI는 단순 정보열람 단계에서도 제출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협력 시너지 등을 알아본 수준이며,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머지포인트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관련 금융사 등에 대한 영업실태 등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금융사들이 어떤 절차로 머지플러스와 제휴를 맺게 됐는지, 이 과정에서 내부통제 허점은 없었는지, 재발 방지 대책은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또 다른 미등록 업체와 제휴를 맺은 카드사가 있는지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금감원 임원들과 머지플러스 상황 점검 대책 회의를 통해 선불업에 해당하는 영업 사례들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실태 점검에 착수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제도권 금융사들이 머지포인트와 사업·투자를 추진한 여파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머지포인트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격 메리트 외에 굴지 금융사가 함께 붙었다는 것이 소비자에게 소구한 것이 크다”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금융사가 사업까지 검토했다가 문제가 생기자 침묵하는 것은 좋지 않은 전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
박윤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