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

부암동에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경복궁을 나와 창의문을 향한다. 걸어서 갈 것인가, 버스를 탈 것인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눈앞에 하얀 바위들이 보인다. 경복궁 궁담길 따라 신무문에서 창의문까지 걸어서 10분 거리다. 인왕산과 백악산을 마주하며 걸으니 오르막길이다. 땀은 나도 바람은 시원하다. 100여 년 전 이 길은 ‘물길’이었다.

비 오는 백악산을 보니 반쯤 핀 모란과 같이 끝이 뾰족하다. 바위와 바위 틈새로 흐르는 빗물은 경복궁 경회루를 돌아 청계천으로 흘러간다. 헉헉거리며 오르면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을 만난다. 뒤를 돌아보니 지붕이 아름다운 빌라촌이 가득하다. 바로‘청운동 1번지’다.

인왕산과 백악산 사이에 창의문(彰義門)이 있다. 창의문 홍예 따라 걷는 길은 마치 지네를 닮은 모양처럼 좁은 언덕길이 꼬불꼬불하다. 창의문은 한양도성 안 가장 오래된 성문이다. 도성 안과 도성 밖 경계가 바로 성문이다. 북대문은 아니지만 대문 역할을 한 소문이다. 창의문 문루에 오르니 숭례문까지 보이는 높은 성벽이 있다.

빌딩과 빌딩 숲으로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도성 안 물은 청운동을 지나 청계천으로 흐르고, 도성 밖 물은 부암동을 지나 세검정까지 흘러 홍제천에 모였다. 창의문은 자하동에 있어 자하문이라고도 했다. 새벽녘 물줄기에 비친 물안개가 자주빛처럼 영롱하여 자하(紫霞)며, 자하문을 줄여 자문이라고도 했다.

최철호 소장과 함께하는 우리동네 방방곡곡(4)

자문 밖을 나서면 세련된 도시적 분위기와 전통의 고즈넉함이 함께 공존한다. 부암동에 미술관과 전시관, 방앗간과 카페가 모여 있다. 에스프레소 커피 향과 막걸리에 파전 향이 뒤섞여있다. 봄이면 진달래와 복사꽃이 만발하는 청계동천과 여름에 소나무 아래 너럭바위 타고 흐르는 삼계동천을 볼 수 있다. 가을이면 백사실 계곡에 단풍과 달빛이‘월암 바위’에 비치는 산속 별장 터를 만날 수 있다. 겨울이면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백석동천을 거닐 수 있는 동네가‘부암동’이다.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 속 이상향을 꿈꾼다면 무계원에서 잠시 머무르면 어떨까? 시와 그림 그리고 음악이 있는 흥선대원군의 석파정과 난을 치는 듯 달뜨는 밤 만월창에 비친 석파정 별당은 서울에서 최고 별천지다. 인왕산 기차바위와 백악산 성곽길에 불빛이 비치면 느릿느릿 창의문을 걸어 세검정 아래 홍지문까지 시간여행 해 보자. ‘의로움’을 찾는 사람이라면 창의문에서‘지혜로움’을 얻으려는 리더는 홍지문(弘智門)을 함께 걸어보자.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이란 말처럼 없던 길도 먼저 만들어 보자. 오늘은‘레트로풍 볼거리’가 풍성한‘부암동’길을 걸으며 잠시나마 호사를 누려보자.

필자소개/최철호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자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사)서울아리랑보존회 이사
-남서울예술실용학교 초빙교수
-‘한양도성 옛길’ 칼럼니스트
-‘최철호의 길 위에서 걷다’칼럼니스트
-‘우리동네 유래를 찾아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