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볼트 전기차(EV) 리콜 사태로 LG에너지솔루션이 몸살을 앓고 있다. GM은 배터리를 공급한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에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그 여파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상장 일정이 불투명해졌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리콜 분담금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앞서 생각해 봐야 할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의 경쟁력이다. 비록 이번 사태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두 번째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배경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경쟁하는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어느 업체도 완성차와의 합작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로 니켈(N) 함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리고, 고가의 코발트(C) 함량을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코발트는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분쟁 광물로 사용을 자제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망간(M)에 알루미늄(A)을 넣어 화학적 불안정성을 낮춰 GM의 요구에 맞춰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배터리를 구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리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GM, LG전자와 배터리 모듈 교체 등 리콜 분담 논의부터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기술 개발과 제품 안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함께 파우치뿐만 아니라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이 기회에 전기차 배터리 시장 공략을 위한 차세대 기술 로드맵을 명확히 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 LG화학은 최근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화학의 배터리 분리막 직접 생산 방침은 배터리 성능뿐만 아니라 안전성까지 그룹 차원에서 강화하겠다는 방증이다. 이번 리콜 사태를 예방접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떨까. '제2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 시장에서 세계 최고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당장은 아프지만 반드시 맞아야 하는 백신처럼.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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