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농·축·수산업 같은 1차 산업 분야의 디지털전환 바람이 뜨겁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과정이 길고, 사람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1차 산업의 고유한 특성과 한계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극복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홍삼을 만들기 위해서는 6년을 기다려야 하며, 한 마리의 치어가 1㎏의 광어가 되기까지는 적어도 1년 반 정도가 필요하다. 1차 산업 분야는 시간이 큰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 긴 시간에 비례해 필요로 하는 노동력도 늘어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어업 인구는 2015년 269만명에서 2019년 235만9000명으로 약 33만명 줄어드는 등 매년 감소하고 있다. 농어촌 고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여서 어려움 또한 커지고 있다. 현실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ICT 융합을 통한 디지털전환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축산업 분야의 디지털전환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10만마리 닭을 기르는 한 농가는 디지털제어시스템을 도입, 단 두 사람이 양계장 전체를 관리한다. 양계장 내 환풍기와 냉난방기 등을 그날 외부 온도 및 습도에 따라 제어한다. 외출 때는 스마트폰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완전 자동제어 단계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현 시스템만으로도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1차 산업 관련 디지털 전문기업도 등장했다. 한국축산데이터는 '팜스플랜'이라는 가축 헬스케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 축산 농가에 도움을 주고 있다. 각종 센서와 카메라 등을 통해 축사 내 산소·암모니아 등 공기 질은 물론 가축의 움직임, 체중 변화 등을 분석해서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신속하게 판별한다. 가축 폐사율을 67% 감소시키고 의약품 비용을 65%까지 절감이 가능, 1차 산업과 ICT 융합의 좋은 사례로 들 수 있다.
수산업 분야 디지털전환도 유용하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 전문기업 아크바 그룹은 연어 양식장을 한 사람이 원거리에서 모니터링하는 관리시스템을 개발, 성공리에 활용하고 있다. 사료 소비량과 수중 용존산소량 등을 실시간 분석하면서 최적의 생산 조건을 유지한다. 여러 정밀 센서와 카메라에서 수집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수질관리를 자동으로 한다. 연어 양식의 장애물인 기생충 '바다이'는 AI로 제거한다.
수중 드론이 연어 비늘의 반점과 '바다이'를 정확히 구분하고 수술용 레이저를 쏘아 처리한다. 아크바 그룹은 생산원가를 70% 이상 줄이고 수출량을 10% 이상 늘렸다.
1차 산업 분야의 디지털전환은 노동력 부족 해결은 물론 생산성 향상, 환경 보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1차 산업 자체 문제해결에 그치지 않고 개발한 시스템을 수출해 주도권을 잡아간다는 사실이다.
자연 채취 시대에서 농사짓는 시대로 진화했듯이 이제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관련 분야가 아직은 초기 단계고, 우리나라는 ICT 분야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전략 지원을 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
우선 1차 산업 내에서도 농업, 어업, 축산업 등 분야별로 특화된 전문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목적에 맞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다음 최적 상태를 도출해서 관리하는 기술은 분야별로 조금씩 특성이 다르다. 같은 농업 분야라 하더라도 채소와 잡초를 분류하는 기술과 열매 익은 정도에 따라 수확을 돕는 기술은 별개이듯 각각 특화된 전문기업이 나오도록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자본력이 부족한 전문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 제도 확대 등 지원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다양한 실증 기회 지원도 중요하다. 전문기업이 개발한 솔루션을 스마트팜이라든지 대규모 양식장에서 실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요기업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수준 높은 솔루션이 개발될 수 있다. 수요기업과 관련 농어민, 전문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참여 의지를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 제공 등을 적극 검토할 때다.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1차 산업 분야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익성을 위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분야여서 작은 기업 단독으로 하기 어렵다. 대규모 투자자와 지역 농어민단체가 상호 협력해서 디지털 단지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대규모 스마트팜 단지를 통해 농민은 소득을 증대시키고 기업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도 디지털 뉴딜 일환으로 1차 산업의 디지털전환을 다각도로 시도하고 있다. 시작 단계이지만 효과적인 정책을 지속해서 안전한 식량은 물론 디지털 시스템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라는 성장동력도 얻었으면 한다. 1차 산업의 디지털전환은 누구도 완전히 정복하지 못한 매력적인 신대륙이다.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cykim@nipa.kr
-
김지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