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빙속계 원조스타이자 동계종목 해설계 '헛둘플레이어' 제갈성렬이 다방면의 열정으로 빙속 사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서울 모처에서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빙상총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제갈성렬은 1986년 첫 태극마크와 함께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1998년 일본 나가노 등 3개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1996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500m 금메달, 같은 해 ISU 월드컵 1000m 동메달, 1999년 강원 아시안게임 500m 은메달 등 단거리 빙속계 대표 선수로 활약해왔다. 2000년 은퇴 이후에는 국내 빙속계 상징으로 꼽히는 이규혁을 비롯한 다양한 후진을 양성하는 빙상지도자로서 모습과 함께 동계종목 해설자이자 국제심판(2010년 7월)으로서의 삶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크고 작은 실수 속에서도 2010년 벤쿠버, 2018년 평창 등 동계올림픽 중계와 함께 '헛둘플레이어' '어록제조기' 등으로 불리며 국내 빙속계 입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KBS 웹예능 '구라철' 깜짝 출연 등 방송 행보는 물론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SBS 해설위원으로서 준비를 거듭하고 있다. 제갈성렬은 인터뷰 동안 스포테이너로서 활약 가능성을 장담케 하는 뛰어난 입담과 함께 빙상계을 보는 불변의 애정을 드러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올림픽 메달 기록은 없으나 국내 빙속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반응을 얻도록 문을 열었다는 자부심과 함께 이러한 흐름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아버지 유언처럼 제가 나고 자란 의정부에서 빙상팀 총감독 역할을 맡아 제2 이규혁, 이강석,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을 꿈꾸는 선수들의 간절한 꿈을 돕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또 6개월여 뒤에 있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해설 준비와 함께 빙속계를 폭넓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내 빙속스타에서 감독, 해설위원 등으로 이어온 행보를 예상했는지.
▲계획한 것이기도 계획하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빙속이 비인기종목이었을 당시 세계권 성적을 거뒀음에도 외롭게 훈련했던 기억을 더듬어 후배들에게는 노력한 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활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겠다고 계획한 것은 있다. 방송은 계획하지 않았다. 빙속을 폭넓게 알리고 즐길 수 있도록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에 뛰어들었다. 개개인 능력을 꼼꼼히 설명하고 현장 흐름과 선수 심리를 직관적으로 와닿게 하고자 노력해 방송 의뢰가 따라왔을 뿐이다.
-선수로서 기억에 남는 경기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대표팀 10년 만에 맞이했던 1996년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몇 번의 올림픽 출전 기회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그 못지않은 국제 메이저 경기에서 성과를 얻었다. 두 번째는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이다. 경기 직전 복사뼈가 네 조각이 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해 최소 6개월간 경과를 지켜봐야 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꼭 나가고 싶었다. 감독님을 비롯한 주변 모두가 출전을 만류했지만 간절한 제 마음을 알아주신 당시 김운용 대한체육회장 제안으로 결국 빙상에 섰었다. 물론 컨디션 자체가 좋지 못했기에 25위에 그쳤지만 스스로 금메달을 주고 싶을 만큼 기적적인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는 하얼빈 대회와 같은 시기 미국 미네소타-미니애폴리스에서 열렸던 ISU 월드컵대회다. 당시 자원봉사자로 왔던 한국인 의사 제안으로 교통사고 후유증이 우려되는 예비 발레리나 소녀와 만났을 때 소녀에게 재기하기 위한 용기를 불어넣어 주겠다는 생각으로 상당히 악조건에서도 1000m 메달을 땄다. 나중에 그 소녀와 만나 서로 응원해주며 고마워한 순간이었다.

-빙속스타이자 감독이지만 대중에게는 동계종목 해설자로 유명하다. 처음 계기는.
▲국가대표 이력 덕분인지 2004년 MBC를 시작으로 해설의뢰가 제법 들어왔다. 2008년 ISU 경기와 함께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 해설을 했다. 2010년 당시 이승훈과 이상화, 모태범 등 빙상계 스타 활약이 100년 국내 빙상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었던 탓에 흥분하며 해설했던 것이 대중적으로 반응이 있었다. 물론 그 흥분감 때문에 오해할만한 말들을 하면서 악플 공포에 직면해 한동안 해설을 두려워했다. 해설 공포 속에서 저를 일깨운 건 배성재 아나운서였다. 평창올림픽 당시 저를 다독이며 다시 해설계로 돌아오게 했다. 물론 지금도 많이 두려운 것은 있어서 현장에서의 흥분감을 조절하곤 한다.
-해설 측면에서 실수로 부정 견해도 있지만 결국 그만큼 빙속 관심을 높이게 된 계기를 만든 것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한다. 당시 댓글들을 보면 '해설위원님 덕분에 빙속이 재밌는 걸 알았다' '해설 재밌다' 등 반응이 꽤 있었다. 그를 봤을 때 조금이나마 빙속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트라우마에 잡혀있지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해설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게 된 계기도 됐고, 다양한 삶의 굴곡을 극복할 수 있는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고도 생각한다.

-제갈성렬 하면 국민 응원 구호 '헛둘헛둘' '땋'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다. 애드리브 부분인가, 해설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은.
▲제가 하고 많은 분이 재밌다고 받아들여 주신 구호들은 모두 현장에 몰입해있던 순간의 애드리브다. 해설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상황중계에 맞는 전문 해설은 물론 선수와 호흡을 함께 맞추며 상황에 맞는 심리까지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생동감 넘치는 해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타 구기종목 중계들도 그렇지 않은가. 전문적이면서도 너무 정적으로만 흐르지 않게 재미가 있어야 대중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
-말이 어렵나? 빙속이 어렵나?
▲말이 몇 배는 더 어렵다. 빙속이야 제 노력 여하에 따라 다르지만 말은 제 노력과는 상관없이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부분이 아닌가.

-빙상인 제갈성렬, 스포테이너를 꿈꾸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이다. 물론 의정부시청 감독이자 국제심판으로 행동이나 말들을 조심하는 게 필요하다. 또 후진 양성이라는 대의를 저버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지장 받지 않는다면 제가 가진 예능감으로 빙속을 더 알리는 기회가 생길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해설위원으로서 트라우마 때문에 두렵기도 하지만 의정부시청 관계자 여러분을 비롯해 주변 후배와 여러 친구가 저를 격려해줘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스포테이너로서 포부가 있다면.
▲씨름 천하장사에서 국민MC로 우뚝 선 강호동 씨를 평소 존경하는데 그가 과거 제 예능감을 칭찬하며 방송을 추천한 적이 있다. 최근 KBS 웹예능 '구라철'로 만난 김구라 씨도 빙속과 선수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방송해야 한다고 조언해주더라. 그들의 조언처럼 예능감과 적극성을 발휘하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것이든 하고 싶다. 물론 취향으로는 예체능인이 서로의 인생이야기를 나누는 토크프로그램 진행 패널이나 '정글의 법칙' 등 야생프로그램이라면 더 즐거울 수 있겠지만 제가 모르는 제 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어떻게든 더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 그저 열심히 할 일이지 초보자인 제게 포부란 사치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 초심을 다짐하며 그를 위한 열정을 생각한다. 빙상 위는 물론 매사 마찬가지다. 항상 해왔던 이야기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성실하게 방송이든 감독이든 예능이든 해나가는 만능인이 되고자 한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동계스포츠와 빙상종목에 더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린다.
박동선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dspark@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