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문화와 급속한 디지털 전환으로 대선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재보궐 선거에서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주목받았다면 내년 대선에서는 메타버스가 대세로 떠오를 전망이다. 선거판이 디지털 신문화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메타버스에 가상 당사와 각 대선후보 캠프를 입주시킨 데 이어 국민의힘에서도 메타버스 당사 및 캠프 기획에 나섰다.
국민의힘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은혜 의원은 “현재 홍보본부에 메타버스 당사 입주 관련 플랫폼 운영사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경선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국민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민의힘과 메타버스 플랫폼 입주 제안을 논의했던 운영사들은 직방, 위너스커뮤니케이션, 디캐릭 등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메타버스 바람에 먼저 불을 붙인 곳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달 9일 송영길 당대표가 취임 100일을 맞은 날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메타버스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어 20일에는 대선 경선후보 6명의 메타버스 캠프 입주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당사와 대선후보 캠프 모두를 직방의 메타버스플랫폼 '메타폴리스'에 입주시킨 상태다. 민주당은 당사 20층, 정세균 캠프 19층, 박용진 캠프 18층, 김두관 캠프 17층, 추미애 캠프 16층, 이재명 캠프 15층, 이낙연 캠프 14층까지 메타폴리스 30개층 가운데 7개층을 사용 중이다.
상대적으로 메타버스 입주가 늦은 국민의힘은 보다 완성된 모습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이 앞서 활용한 사례의 경우 아바타 몸통에 영상회의 화면을 띄우는 방식이었다면, 국민의힘은 기존 아바타 모습에 인물 표정과 행동을 담는 형태를 기획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얼굴을 아바타에 매칭하는 3D매핑, 컨트롤러로 아바타가 인물의 행동을 따라하는 모션캡처 기능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대선 후보에 따라 별도 메타버스 입주를 추진 중인 곳도 있다. 이낙연 민주당 예비후보의 경우 지난 6월 네이버 플랫폼인 '제페토'에 맵을 개설해 팬미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원희룡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지난달 제페토를 활용해 출마 선언식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정세균 민주당 예비후보와 최재형 국민의힘 예비후보도 별도 메타버스 플랫폼 입주를 위해 메타버스 업계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버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당은 물론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서 대선 후보들과 정치권 접촉이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정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3D매핑이나 모션캡처 등 현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요청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