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무게 850g·무동력 '택배슈트' 개발

조규진 교수팀, 서울대병원·체교과 협업
무의식적 '스쾃' 자세로 허리부상 보호
'사이언스 로보틱스' 국제 저널에 게재
10% 근력 보조…물류산업 활용 기대

조규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와 연구원들이 착용자의 리프트 동작을 부상 위험이 낮은 스쾃 형태로 유도하는 슈트 개발에 성공했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원들이 무동력 가변 신축성 엑소 슈트의 동작을 분석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조규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와 연구원들이 착용자의 리프트 동작을 부상 위험이 낮은 스쾃 형태로 유도하는 슈트 개발에 성공했다. 2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학 연구원들이 무동력 가변 신축성 엑소 슈트의 동작을 분석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국내 연구진이 물류 운반 노동자의 허리 부상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이른바 '택배 슈트'를 개발했다. 별도의 동력원이 필요 없으며, 가벼운 착용형이다. 입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스쾃' 자세를 취하게 해서 허리 부상 위험을 크게 낮췄다. 최근 '아이언맨 슈트' 등으로 불리며 연구개발(R&D)이 활발한 외골격 로봇은 별도의 동력원이 필요하고, 착용할 때 무겁고 부자연스럽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대 공대는 26일 조규진 기계공학부 교수(인간중심 소프트로붓기술 연구센터장) 연구팀이 '무동력 가변 신축성 엑소슈트'(이하 엑소슈트)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윤성식 기계공학부 연구원, 공동으로 김기원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와 안주은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가 참여했다.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리는 작업은 허리에 큰 부담을 주고, 부상을 유발할 수 있다. 택배 노동자 상당수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거나 허리디스크를 앓고 있다. 부상 예방을 위해 작업장이나 체육관 등지에서는 허리를 구부리는 동작 대신 무릎을 구부려서 물체를 들어올리는 '스쾃 동작'을 권장한다.

그러나 인체 구조 상 스쾃 동작으로 물체를 들어올리기 위해선 오랜 훈련이 동반돼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착용형 장치는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압박하는 선에서 그쳤다. 조규진 교수 연구팀은 착용자가 취하는 동작에 따라 신축성이 변화하는 엑소슈트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엑소슈트를 개발한 윤성식 연구원은 “슈트 설계 핵심은 본 연구팀이 개발한 '신체 구동식 가변 임피던스' 기술”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무동력 가변 신축성 엑소 슈트 착용 모습(사진=서울대 공대)
서울대 공대 연구팀이 개발한 무동력 가변 신축성 엑소 슈트 착용 모습(사진=서울대 공대)

원단, 스트랩(가죽), 고무줄 등 유연한 재료로 전신 슈트를 제작했다. 1차 시작품의 무게는 850g 정도로 가볍다. 착용자가 허리를 굽히는 것과 같은 잘못된 자세를 취하면 신축성이 떨어지면서 일종의 브레이크처럼 작용한다. 반대로 착용자가 등을 펴고 무릎을 굽히는 스쾃 자세를 취하면 신축성이 올라간다. 고무줄에 저장된 에너지가 스쾃 자세를 도와 적은 힘으로도 물체를 쉽게 들 수 있다. 약 10%의 근력 보조 효과를 낸다.

허리를 굽혀 물체를 들어올리는 스툽 동작과 등을 펴고 무릎을 굽혀 물체를 들어올리는 스쿼트 동작에서 엑소 슈트의 형상 변화 양상 (사진=서울대 공대)
허리를 굽혀 물체를 들어올리는 스툽 동작과 등을 펴고 무릎을 굽혀 물체를 들어올리는 스쿼트 동작에서 엑소 슈트의 형상 변화 양상 (사진=서울대 공대)

연구팀은 10명 대상으로 시험한 결과 9명이 슈트 착용 직후에 물체를 들어올리는 자세가 스쾃 형태에 가까워지는 개선 사례를 확인했다. 이 성과는 엑소슈트를 이용한 사람의 근력 보조와 동작 패턴 개선의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로 인정받아 국제 저널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8월 25일 자에 실렸다. 학술 가치를 인정받았으며, 재활 및 스포츠 전문가와 공동연구로 관련 산업으로의 활용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커머스 발전으로 늘어난 물류산업에서의 연구와 활용에도 기대된다.

조규진 교수는 “착용자가 입기 불편한 외골격 로봇 대신 슈트 방식을 개발한 것도 일상생활에서의 활용은 물론 물류 운반 노동자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이번 연구를 계기로 관련 산업의 연구와 투자가 활발해지길 기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