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낮아진 기준금리가 동결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0.25%포인트(P) 올랐다. 저금리 부작용으로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고공 행진하는 집값과 물가상승 등을 우려해 더 이상 두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초저금리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경기 성장 전망이 일정 수준 탄탄하다는 인식도 깔렸다.
한국은행은 26일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연 0.5%인 기준금리를 0.25%P 인상된 0.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3월 16일을 시작으로 무려 아홉 번 동결됐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무려 0.5%P나 한 번에 낮추는 '빅컷'을 결정했다. 이후 2개월 만에 추가로 0.25%P를 인하했다. 아홉 번이나 동결한 기준금리를 마침내 15개월 만에 인상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초저금리 시대 마감을 선언한 핵심은 금융 불균형과 물가 관리다. 저금리로 막대한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위험을 추구하는 투자가 증가했고, 부동산 등 특정 분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최근 한은이 집계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5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를 방어하기 위해 유지해 온 초저금리 기조가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대출'(영혼을 끌어모아 대출) 현상을 부추긴 것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동원했지만 급등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물가 관리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로 4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 안정선인 2.0%를 넘어설 가능성이 짙어졌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서비스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는 등 물가상승률이 2%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 갔다”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인 1.8%를 상회하는 2%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 불균형 우려가 커졌지만 국내 경제 회복세는 양호해 더 이상 초저금리로 경기침체를 방어할 명분이 약해졌다. 이날 한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5월 전망치인 4%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 총재는 “금리를 인상하면 소비투자가 위축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 금리 수준은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실질금리가 여전히 마이너스 수준으로 완화적”이라면서 “이제는 금융 불균형 해소에 역점을 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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