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남방진동(ENSO)'은 적도 동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균보다 높은 상태인 엘니뇨, 낮은 상태인 라니냐 사이 순환을 말한다. 지난 1만1000년 동안 중단 없이 지속된 강력한 자연 기후 변동 현상이다. 그런데 이런 엘니뇨-남방진동이 종료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 기후물리 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미국 하와이대와 함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따른 미래 엘니뇨-남방진동의 변동성을 예측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진은 IBS 슈퍼컴퓨터인 알레프(Aleph)를 이용해 해양 10㎞, 대기 25㎞의 전례 없는 공간해상도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주로 100㎞ 해상도를 사용하는 기존 연구보다 해상도를 4배가량(대기 기준) 높인 것으로, 해상도가 높을수록 대기와 해양에서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기상, 기후 현상들까지 상세하게 모의할 수 있다. 특히 엘니뇨라니냐 발생 및 종료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기 열대저기압과 적도 태평양 열대 불안정파(적도 동태평양에서 서쪽으로 이동하는 중규모 해양 파동) 모의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현재 기후 및 현재 대비 이산화탄소 농도를 2배, 4배로 증가시켜 지구온난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분석결과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미래 엘니뇨-남방진동 온도 변동성이 약화됨을 확인했다. 연구의 주저자인 크리스티안 웬글 독일 막스플랑크기상연구소 연구원(전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2배 증가할 경우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이 현재 기후 대비 6% 약화됐고, 4배 증가 시 31%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적도 태평양 내 열의 이동을 추적함으로써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 약화의 주요 원인을 규명했다. 지구온난화 기후에서는 기온 증가로 인해 증발이 증가하는데, 이는 엘니뇨-남방진동에 '음의 피드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여 엘니뇨 발달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온난화에 의해 적도 동-서태평양 사이의 온도차가 감소하면, 이로 인해 '양의 피드백' 역시 약해져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을 약화시켰다.
엘니뇨-남방진동은 현상을 강화시키는 '양의 피드백'과 약화시키는 '음의 피드백'의 결합으로 결정되는데, 온난화 기후에서는 음의 피드백이 더 강해진다. 지구온난화 기후에서는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이 강하게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연구진은 열대 불안정파가 엘니뇨-남방진동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기후에서 열대 불안정파가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엘니뇨-남방진동 변동성 약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악셀 팀머만 단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지속적인 온난화가 수천 년 동안 계속된 가장 강력한 자연적 기후 변동을 잠재울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런 잠재적인 상황이 전 지구 기후시스템 및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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