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발한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이 도입 5년이 지났지만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률과 만족도가 낮아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 플랫폼에 만족하지 못한 정보기술(IT) 기반 프롭테크 업체들은 아예 전자계약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거래 전산화를 위해 개발한 전자계약시스템의 이용률은 전체 거래의 2.1%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공공 거래가 대부분으로, 민간 거래 비중은 전체의 10% 미만에 그쳤다.
국토부는 한국부동산원과 함께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편리성 강화를 위해 173억원의 재정을 투입, 전자계약시스템을 도입하고 2016년 8월 서울을 시작으로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전체 부동산 거래 전산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토부는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현역 공인중개사의 70%가 사용하는 '한방부동산거래정보망'에도 전자계약시스템을 연동했지만 월별 전자계약 건수는 거의 늘지 않았다.
전자계약시스템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작성 시간이 길고 편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반 종이 계약서보다 크게 불편하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계약서 페이지를 이동할 때면 이미 작성한 내용이 사라져서 재입력해야 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전자계약용 공인인증서를 별도로 받아야 하고, 계약 전에 임차인과 임대인 거래 당사자들이 휴대폰으로 본인인증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계약서를 수정하려면 공인중개사·매도인·매수인 3자가 모두 본인인증을 다시 해야 한다.
정부는 스마트폰 이용자를 겨냥해 모바일용 '부동산 전자계약' 애플리케이션(앱)도 직접 개발했지만 다운로드 숫자는 10만 수준에 그치고 평점은 5점 만점에 1.5점에 불과하다.
앱 사용자 후기에는 “계약서는 다운로드 화면에서 안 열린다” “공동인증서 로그인으로 본인인증하고 들어갔는데 사용자 확인이 안 된다” “몇 달 전부터 문제를 지적했는데 전혀 고치려는 의지가 없다” 등의 불만이 표출돼 있다.
정부 주도의 공공 전자계약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전문 프롭테크들은 전자계약 솔루션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사용자경험(UX)을 최대한 편리하게 만들어 부동산 거래의 디지털전환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특히 3차원(3D),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매물 정보 제공부터 생체인식 등 정밀한 인증수단까지 여러 신기술을 집적한 다양한 전자계약 솔루션이 갖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온·오프라인 직영 부동산 집토스는 전자문서 보관에 유리한 대면형 전자계약 서비스를 직접 개발, 2017년부터 사용하고 있다. 탱커는 지난달 정부 전자계약서비스과 유사한 부동산중개서류 사무자동화 프로그램 '닥집' 베타버전을 출시, 1개월 만에 가입자 2700명을 확보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은 아예 매도·매수자가 만날 필요도 없는 비대면 전자계약 서비스 '다방싸인'을 오는 10월 출시할 계획이다. 모바일 앱으로 매물 탐색부터 계약, 입주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 제약 없이 집을 구할 수 있게 한다. 동영상, 3D 가상현실(VR) 등 다양한 시각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서 위·변조는 본인인증, 전자서명, 타임스탬프 등 기술로 차단할 방침이다.
한유순 다방 대표는 “다방싸인 출시를 계기로 임대인·임차인·중개사 간 실질적인 원스톱 부동산 서비스가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5년 이용률 전체 거래 2.1%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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