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해체산업 연구개발(R&D)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추진하면서 예산을 이전보다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예타를 통과하더라도 기존 일정보다 늦은 2023년에야 원전해체연구소 등 원전 해체 핵심 인프라가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리1호기 해체작업도 빨라야 2023년에 가능한 셈이다. 업계는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가 축소되는 가운데 원전해체산업이라도 빠르게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원전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원전해체 경쟁력강화 기술개발사업' 예타안을 제출하면서 사업비를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에기평의 원전해체산업 R&D 예타 추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5월에 제출한 '원전해체핵심기술개발사업' 예타안에서는 총 사업비를 8712억원으로 책정해 제출했다. 지난해 제시한 예타안보다 규모가 대폭 축소된 셈이다.
'원전해체 경쟁력강화 기술개발사업'은 정부가 지난 2019년에 발표한 '원전 해체산업 육성전략'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기술 개발이 목적이다. 특히 원전 해체산업을 위한 핵심 인프라인 원전해체연구소(부산·울산), 중수로해체기술원(경주)에 핵심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이 시행돼야 한다.
산업부와 에기평은 다음 달 '원전해체 경쟁력강화 기술개발사업' 예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예타 결과는 내년 3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사업의 예타 통과를 감안하더라도 원전해체연구소는 2022년 하반기, 중수로해체기술원은 2023년 상반기에 각각 착공할 수 있다.
고리1호기 해체작업도 예정보다 늦어져서 2023년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5월 14일 고리1호기 해체를 위한 해체승인신청서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했다. 원안위는 원자력안전법과 시행령 등 규정에 따르면 원자로 시설 해체 심의는 24개월 이내로 처리해야 한다. 또 신청 서류를 보완하거나 수정에 소요되는 기간, 그밖에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실험 등 부득이한 사유로 필요한 추가 기간은 처리 기간에 포함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고리1호기 해체계획 심사에 최소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19년에 발표한 '원전해체 산업 육성전략'에서 '고리1호기 해체작업' 착수 시점을 2022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보다는 6개월 넘게 고리1호기 해체작업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전업계는 국내 원전시장이 축소되기 때문에 빠른 해체산업 정착으로 기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리1호기 해체작업에서 방사선 계통이 아닌 부분은 작업을 먼저 승인하는 등 방안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해체연구소 인프라 확대를 위해서는 예타 예산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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