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시범도시 '자본금 예타'까지? 산넘어 산

사업범위 규정부터 협상과 행정절차만 1년 넘어
문재인 정부 내 스마트시티 SPC 출범 불투명
민관합동 취지 무색, 협력과 지원보다 근거 만들기 급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사업이 준공은커녕 사업법인(SPC) 출범조차 늦어지는 상황에서 '예비타당성조사'가 또 하나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표 혁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스마트시티 사업을 주목하고 백지 상태에서 세워 올리는 국가시범도시 모델을 지시했다. 2022년 입주 시작을 목표로 했으나 기본 구상부터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해 법인 설립조차 애를 먹는 상태다.

29일 업계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가시범도시 SPC 설립 자본금 규모가 500억원이 넘어갈 경우 예비타당성조사까지 거쳐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총사업비 500억원, 국고지원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사업추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국가시범도시 민관합동SPC는 지자체와 공공(LH 또는 수자원공사)을 합쳐 지분 34% 안팎을 투자해야 한다.

국가시범도시 SPC 구조. 출처=스마트시티종합포털
국가시범도시 SPC 구조. 출처=스마트시티종합포털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민간과 공공이 사업 내용에 대해 합의를 하게 되면 계약을 맺고 준비를 거쳐 곧바로 SPC를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기대와 달리, 규모에 따라서는 예타까지 받아야 해 수개월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업계는 공공이 국가시범도시 설립에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각종 근거를 마련하느라 시간만 지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성장동력 이름에 걸맞게 민간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혁신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 발주사업보다도 더 유연성이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지난 23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국가시범도시가 이제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각종 절차들로 더딘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국가시범도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동원해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스마트시티 모델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처럼 모든 예산을 태워 짓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혁신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 도시가 자생할 수 있도록 구상됐다. 구상단계에서부터 '차없는 도시' 등 지나치게 혁신적인 모델 때문에 반발을 사면서 다소 시간이 늦춰졌다. 지난해에야 세종과 부산 도시별로 SPC 설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선정과정과 협상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빚어지면서 두 도시 모두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세종 국가시범도시는 지난해 10월 LG CNS를 대표사로 하는 컨소시엄을 민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올해 1월 우선사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본사업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업범위에 대해 논의를 하는 단계다. 연내 SPC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지만, 불투명하다.

부산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말 선정한 우선협상대상자와 기한 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차순위 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시작했다. 차순위 협상대상자 역시 사업 구조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어 협상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국가시범도시의 경우 에너지 등 대규모 사업이 포함돼 자본금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높지만 500억원 초과, 공공 300억원이 넘어가면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에서 탈락한 기존 컨소시엄이 가처분 소송까지 내 향후 전망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태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연내 SPC 설립은 커녕 문재인 정부 내 출범이 힘들 것으로 점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 대해서는 타당성 조사를 받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며 “예비타당성조사 문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조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