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화재 전담 감사팀 만든다…소방안전 총력

유통기업 최초로 별도 조직 구성
덕평 화재로 3440억대 손실 입어
물류센터 현장 안전 확보에 집중

지난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지난 6월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쿠팡이 화재 예방을 전담하는 소방안전 감사 조직을 신설한다. 덕평물류센터 화재 사고 후속조치로 전국 물류센터의 화재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화재 안전관리만을 전담하는 별도 감사팀을 꾸리는 것은 유통기업 중 쿠팡이 처음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소방안전감사팀 구성에 착수했다. 전문가로 구성된 사내 감사조직을 꾸려 일선 물류센터의 소방 관리 준수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지난해 상반기 출범한 안전보건 감사조직과 별개로 화재 예방만을 전담한다.

이번 감사팀은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의 화재 발생 원인을 파악하고 예방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국 물류센터의 소방안전 관리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자체 소방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조직을 이끌 임원급 소방 전문가도 외부 영입을 타진 중이다.

쿠팡이 화재 전담 감사팀 신설에 나선 것은 지난 6월 발생한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막대한 유무형적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쿠팡은 물류센터 재고상품과 인프라 관련 손실 2억9600만달러(약 3440억원)가 2분기 회계에 선반영 되며 작년보다 손실폭이 5배 커졌다. 실적 부진은 주가 하락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금전적 손실보다 소비자 신뢰 훼손으로 인한 무형적 피해가 더 컸다. 대형 화재 참사에 대한 쿠팡 책임론이 불거지며 일각에서는 불매 움직임까지 일었다. 쿠팡은 유가족 지원과 물류센터 직원 전환 배치, 물류센터 인근 주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 등 발 빠른 후속 조치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쿠팡은 이번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물류센터 화재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물류센터는 건물 구조 특성상 화재에 취약한 시설이다. 쿠팡은 고양과 덕평, 인천 등 물류허브 역할을 하는 메가 풀필먼트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170여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유통사 최대 규모로, 많은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화재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쿠팡 소방안전감사팀은 물류센터 화재 재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소방설비 등 방재 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와 유지 관리 적정성 등을 확인하고, 종합정밀점검에 대한 대응과 개선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물류센터를 보유한 대부분 유통기업은 안전 관리 실무조직에서 감사 역할도 같이 수행하고 있다. 그만큼 별도의 화재 감사팀을 꾸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쿠팡은 삼성물산 출신 유인종 부사장이 이끄는 EHS 조직이 안전관리 실무를 총괄하고 있고, 산업안전보건공단 출신 박대식 전무가 지난해 출범한 안전보건 감사 조직을 맡고 있다. 여기에 별도의 소방안전 감사 조직까지 구축해 현장 안전 강화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특정분야를 전담하는 감사 조직을 꾸리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쿠팡이 화재 리스크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