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국회가 '부동산 전자계약' 의무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민간에 앞서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내놓은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이 지난 5년 이상 혹평을 받고 있어 논란이다.
'부동산 전자계약'이란 종이로 작성하던 거래계약서를 컴퓨터,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사용해서 작성·서명하는 것이다. 시민 입장에서는 온라인 네트워크로 실거래신고와 확정일자가 자동 처리돼 행정기관을 방문할 필요가 없다. 전자계약이 활성화되면 매물 정보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계약 완료 매물은 자동으로 광고가 종료돼 허위 매물을 방지할 수 있다. 분명히 장점이 많다.
그러나 국토부가 지난 2016년에 출시한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은 여전히 시장에서 입지가 없다. 세금 173억원을 들여 정부가 직접 개발한 솔루션인데 사용자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이용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해 세금낭비 사례로 지적 받았다. 국토부는 공인중개사들이 '한방부동산거래정보망'을 이용한 계약서 작성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을 주 원인으로 꼽고 2018년 한방에 '부동산거래 전자계약시스템'을 이식했다. 한방 계약서 작성 프로그램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럼에도 3년째 한방에서 민간분야 월별 부동산 전자계약 건수 증가량은 미미하다.
국토부가 웹 서비스와 함께 출시한 '부동산 전자계약' 애플리케이션(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앱이 출시된 지 5년이 지났지만 다운로드 숫자는 10만에 불과하고, 평점은 5점 만점에 1.5점이다. 심지어 지난 2월부터 6개월이 넘도록 계약서 조회가 안 되고 있다. 앱 사용자들은 △계약서가 다운로드 화면에서 열리지 않는다 △공동인증서 본인인증까지 했는데 사용자 확인이 안 돼 연동되지 않는다 △몇 개월 전부터 문제를 알려도 전혀 고쳐지지 않는다 △로그인만 되고 전자계약을 볼 수 없다 등 각종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앱은 지난 1월 이후 7개월째 업그레이드되지 않고 있다. 불만에는 귀를 막고 개선 의지가 없다.
국토부 시스템은 모바일에 최적화하지 않은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대면형 거래방식 등의 한계로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현 시점에서 대안없이 부동산 전자계약 의무화가 시행되면 현장의 혼란은 불보듯 뻔해진다. 정부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것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사업자도 혼선을 빚지 않는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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