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어느덧 1년 하고도 수개월이 지났다. 지난 1년 반 사이 코로나19로 인해 인류는 급격한 변화를 맞았으며, 세계 경제는 위기에 빠졌다. 방역과 경제 둘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해야 할지 고민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가운데 사회적으로 다양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백신 등장으로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는 우리의 희망을 저버리게 했다.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도리어 느슨해진 우리 일상을 더 깊숙이 파고들어와 심각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제한적으로 열려 있는 문화 산업 분야도 특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문화는 누군가에게는 일터 또는 필수 활동의 장소이자 누군가에게는 집단감염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문화를 둘러싼 논쟁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 문화 공연장은 좌석 한 칸 띄우기가 의무화되고, '동반자' 기준도 최대 4명에서 2명으로 바뀌었다. 관객 수용 인원은 30% 미만으로 제한되고, 밤 10시 이후 운영도 중단된다. 정규 공연시설 이외 공연은 장르를 불문하고 금지됨에 따라 야외 공연도 불가능한 것이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그러나 논쟁 속에는 각종 요구 사항만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 산업 종사자가 느끼는 불평 외에도 대중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 제한' 같은 조치의 본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추측과 당위보다 어느 장소의 위험을 파악하고 구분 짓기 위한 과학 기반의 상세한 분석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된다.
과연 우리는 방역에 중점을 둔 원칙 대신 과학적 분석에 중점을 둔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과학에 근거한 새로운 기술을 사용해 방역을 좀 더 테스트와 데이터에 입각해서 진행하면 더 좋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런 기술이 이미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프랑스 파리를 상징하는 공연장 필하모니 드 파리가 방역을 위해 내린 결정은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필하모니 드 파리는 다쏘시스템의 유체 모델링 기술을 택했다. 이 기술은 주로 항공우주 산업에서 항공기의 공기 저항, 공기 흐름 등 유체 역학 시뮬레이션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이를 공연장 내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위험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적용한 것이다.
다쏘시스템 엔지니어들은 이보다 앞서 중국 우한 레이선산병원에서 실시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바이러스 전파 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해 필하모니 드 파리의 최대 규모 콘서트홀 '그랑드 살 피에르 불레즈'를 컴퓨터 환경 내 3차원(3D) 모델로 구현했다. 가상 환경 안 콘서트 홀에는 다수의 '기침하는 관람객'이 배치됐으며, 이들이 기침할 때 방출하는 비말 확산 경로를 시뮬레이션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예상 외였다. 최상층에 위치한 발코니 구역과 관람석부터 최하층인 오케스트라 무대까지 이어지는 콘서트홀의 독특한 곡선형 구조 및 내부 환풍구 위치로 인해 공기 흐름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50%까지 감소시켜 바이러스 확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 콘서트 홀의 환경은 감염 위험이 낮은 실외 환경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피에르 불레즈 콘서트홀의 특징에 바탕을 둔 것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현재 계속되는 논쟁의 주요 쟁점임은 분명하다. 대중에게 개방된 공공장소의 뚜렷한 특징을 고려, 위험 연구를 하자는 것이다.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에 구현한 버추얼 트윈,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 등 기술은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다. 가상 모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밝혀 낼 수 있고, 위험 부담이 없는 무한한 테스트와 최적화를 가능케 한다. 이러한 기술의 가능성과 가상 모델의 무궁무진한 힘을 활용, 단순 '폐쇄 또는 '제한' 외 새로운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대안을 찾았으면 한다.
조영빈 다쏘시스템코리아 대표 Youngbin.cho@3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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