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취재하면서 '메타버스'는 이전에 없던 게 아니라는 말을 반복해서 듣는다. 메타버스는 기존에 존재하는 증강현실(AR)·가상현실(VR)·게임 등을 아우르는 융합·복합 개념으로, 새롭지 않다는 친절한 설명도 곁들여진다.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공유가치창출(CSV), 기업의사회책임(CSR),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다르게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말이다.
가위 메타버스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밋빛 메타버스 청사진이 차고 넘친다. 성장 가능성과 기대감도 상당하다. 그러나 현장에선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 속도에 맞는 제도가 미비하다고 지적한다. AR와 VR 등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산업이 10년 동안 꾸준히 성장했지만 아직 산업을 아우르는 제도가 갖춰지지 않음이 현실이라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메타버스 진흥은 주장하지만 메타버스가 융·복합 서비스인 만큼 규제 샌드박스로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규제 샌드박스가 한시성이라는 특성도 생각해야 한다.
모든 산업에서, 모든 업종에서 메타버스를 추진하고 있다.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이해관계 또한 복잡다단하다. 메타버스에서 구현될 융·복합에 따른 이해관계 조정도 준거가 확실해야 한다. 법·제도가 분명해야 한다. 적절한 규제도 필요하다. 저작권 절도 행각과 복제, 무분별한 성인물 유통 등 부작용과 역기능은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서 발생할 새로운 문제를 미리 찾아내고, 대응 방안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일 지름길이다.
메타버스를 향한 산업의 규모와 시장의 관심도는 점점 커지고 있다. 메타버스를 종합 형태로 진흥시킬 체계화한 법·제도와 최소한의 규범 마련은 빠를수록 좋다. 이정표가 분명하면 가야 할 길을 찾기가 쉽다는 건 상식이다. 오는 2025년 기준 2800억달러(약 324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새로운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의 관심과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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