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일 오전 7시 총파업을 약 5시간여 앞두고 전격 철회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전날인 1일 오후 3시부터 벌여온 제13차 노정 실무협의가 자정을 넘긴 2일 새벽에 극적으로 타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으로 우려됐던 의료공백과 현장에서의 혼란도 피할 수 있게 됐다.
양측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이어지는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면서 파업 자제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교섭을 통해 공공의료 확충과 감염병 대응체계 구축,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과 관련해 의미 있고 성과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보건의료노조가 마지막까지 핵심 쟁점으로 내세웠던 과제는 5개 핵심 과제는 △코로나19 전담병원 인력 기준 마련 및 생명안전수당 제도화 △전국 70여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을 마련하는 공공의료 확충 세부 계획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교육 전담 간호사 확대 △야간 간호료 확대 등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부는 노조의 요구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신속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복지부가 보건의료노조와 이날 도출한 합의문에는 이 5가지 과제에 대한 내용이 반영됐다.
우선 복지부는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 간호사 배치 기준을 이달까지 마련하고 세부 실행방안도 내달까지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또 감염병전담병원은 지정 기간 동안 새로운 인력기준을 적용하고 인력조정이 있는 경우 손실보상금을 조정한다.
복지부는 신종 감염병에 대응한 병상자원 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의료인력 기준에 대한 정책연구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코로나19 등 감염병 상황에서 환자를 돌보는 보건의료인력에게 지급하는 지원금인 '생명안전수당'(감염관리수당)을 내년부터 국고로 지원토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하반기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복지부는 공공병원 확충을 위해서는 오는 2025년까지 70여개 중진료권 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운영한다. 이를 위해 현행 예비타당성 조사를 개선하고 신청 요건을 갖춘 경우 이 조사를 면제받을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다.
70개 중진료권 가운데 20개 지역에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한 상황인데 지역주민의 강한 요청이 있는 울산, 광주, 인천, 대구, 동부산, 제천 등의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 및 재정당국과 논의해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한다.
2024년까지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 4곳을 설립해 운영하고 2026년까지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완공 등에 노력한다는 내용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복지부는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의료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부담완화 방안도 올해 마련한다.
공공병원 확충과 관련해 논의가 필요한 사안은 보건의료노조가 참여하는 '공공의료 확충 및 강화 추진 협의체'(가칭)를 구성해 다루기로 했다.
간호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간호등급 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ratios) 기준'으로 상향 개편하기로 했다. 개편 방안은 내년에 마련해 2023년 시행하되 구체적 시행시기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 참여를 희망하는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2026년 내에 시행할 계획이다.
또 교대근무제를 비롯한 간호사 근무환경 조성 관련 시범사업을 마련해 내년 3월 내 시행한다.
교육전담간호사 제도에서는 국공립 의료기관의 경우 올해 수준으로 지원하고, 민간 의료기관의 경우 교대제 근무 시범사업에 포함해 내년 시행한 뒤 이후 전면 확대한다.
야간간호료 및 야간전담간호사관리료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부터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적용하기로 했다.
이 밖에 복지부와 노조는 국립중앙의료원 기능 강화, 의사인력 확충 방안 마련, 국립대병원 소관부처 이관, 불법의료 근절, 보건의료인력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에도 합의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