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인인증서 독점이 사라지면서 빅테크·핀테크와 금융권 간 '사설 인증서' 경쟁이 치열하다. NHN페이코가 전자서명인증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핀테크 기업이 선두에 나서자 은행권도 추격에 나섰다. 업계는 연말정산 등 공공서비스 뿐 아니라 내년 시작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통합인증 수단 제공 등 고객 확보를 위해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지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KB국민·농협·하나·우리)은 하반기 전자서명인증사업자를 받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자체 인증서 개발과 함께 전자서명인증사업자를 노리고 있다. 이를 통해 공공 및 민간 인증사업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초 인정위원회를 열어 신한은행의 전자서명인증업무 운영기준 준수여부를 심사한다.
KB국민은행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내달 인정위원회에 오를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자체 인증서인 'KB모바일인증서'를 보유하고 있다. KB모바일인증서 발급자는 85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첫 공공분야 전자서명 시범사업자이기도 하다.
하나은행은 현재 전자서명인증사업자 평가기관(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금융보안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으로부터 운영기준 준수 여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체 인증서 개발을 통해 전자서명인증사업자를 얻고, 하반기 사설인증서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도 11월 자체 인증서 개발과 함께 전자서명인증사업자 획득을 목표로 한다. 농협은행은 향후 파이도(FIDO)생체인증 기술을 이용한 전자서명인증사업자도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자체인증서 개발과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마이데이터 시행에 맞춰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지위 획득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통합인증 수단에 사설인증인 전자서명인증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공동인증서 대신 자사 인증서를 통해 본인 확인을 간편하게 할 수 있는 만큼 고객 확보에 용이하다.
충성 고객 확보뿐 아니라 빅테크·핀테크와 경쟁구도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경쟁의식도 깔려있다.
NHN페이코를 선두로 네이버, 뱅크샐러드 등 주요 핀테크·빅테크 업체는 앞서 전자서명인증사업 획득을 앞두고 있다. 몸집이 커지고 있는 이들 기업에 고객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다.
또 연말정산 등 공공 서비스에 전자서명인증 수단 제공 등 신시장 개척도 계획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전자서명인증사업자 지위를 통해 고객들에게 편의성을 제고하고 더 많은 고객 확보가 일차적 목표”라면서 “이뿐만 아니라 외연을 확대해 이커머스, 유통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자사 인증서를 제공하는 등 시장 개척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표] 은행권 전자서명인증사업자 현황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