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M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매각 고려와 함께 CJ ENM, 네이버, 카카오, 하이브 등의 인수경쟁으로 새로운 이목을 끌고 있다.
30년 엔터업계의 대부 이수만 프로듀서가 내린 갑작스러운 결정이자, 국내외 굴지의 규모를 자랑하는 SM엔터의 갑작스러운 경영권 변화라는 점에서 그 관심은 엔터업계를 넘어 국내 재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격이라 할만큼 갑작스러운 이수만의 SM엔터 지분매각, 과연 그 의미는 무엇이고 미래방향성은 어떨까? 일련의 발표들과 언론보도들을 통해 분석해본다.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매각 논의는 라이크기획의 흡수합병과 함께 기존 보유분 18.72%를 포함한 총 20% 이상의 지분규모, 시장가격만 75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이 프로듀서의 지분매각은 사실 지난 6월 기업설명회 격의 SM CONGRESS 2021가 펼쳐진 이후 본격적으로 회자되기 시작됐다.
설명회 당시 이수만 프로듀서는 에스파·NCT의 활동계획부터 MGM과의 협력을 통한 NCT 헐리우드 버전 론칭, 리마스터링·스핀오프 등 아티스트 IP 발굴 육성과 함께, 혼합 영상 콘텐츠 장르 ‘CAWMAN’(만화·애니·웹툰·모션그래픽·아바타·소설 영문약자 합성어)을 기초로 콘텐츠부터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우르는 통합 세계관 SMCU(에스엠 컬쳐 유니버스)'를 강조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장르적 한계를 넘어선 아티스트 IP의 확장이다. 실제 SM엔터테인먼트는 음원·음반, MD상품과 공연 등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엔터사업과 함께, 온라인 전용 공연 Beyond Live(비욘드라이브), 아티스트와의 프라이빗 메신저 서비스 '디어유 버블' 등 다양한 체험적 요소를 극화한 아티스트 IP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SM의 이러한 IP사업 방향은 글로벌 지향적이고 그 성과도 일정부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아우르는 영향력이라 단언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이는 국내 엔터산업 전반이 유지하고 있는 비즈니스 관점에 따른 것으로, 코로나19로 더욱 격화된 4차 산업시대에서의 매출향배에 있어서는 다소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해법을 보여준 것이 하이브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과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세븐틴, 뉴이스트 등 레이블즈 아티스트 라인업만으로도 힘이 있지만, 실질적인 힘은 IP 활용에 있다.
최초 지향점을 '엔터 라이프플랫폼 기업'에 둔 하이브는 윤석준 하이브 아메리카 대표(구 글로벌CEO)를 구심점으로 한 비즈니스 조직과 함께, '아티스트 2차 저작'으로서의 다각적인 비즈니스 모델들을 발굴해냈다.
캐릭터 타이니탄과 콘텐츠 등 아티스트IP 그대로를 접목한 부분과 관련 영화부터 미술작품 등 컬쳐적인 영역, 런 코리안 위드 BTS·방탄소년단 에그타르트, 교육·푸드 등 라이프영역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하이브의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위버스'와 함께 소셜라이프를 즐기는 팬덤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엔터 빅3를 합친 규모의 몇 배를 뛰어넘는 매출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하이브의 행보는 네이버, YG, CJ ENM, 유니버설뮤직그룹 등 국내외 굴지의 엔터기업들과의 협력관계 구축, 이타카홀딩스 인수 등과 함께 그 기반 자체를 글로벌 규모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수만의 SM엔터 지분매각은 SMCU라는 목표와 함께 이러한 혁신흐름을 펼치기 위한 혁신적 전략이라는 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초 수직적 레이블화 단계로 펼쳐진 아티스트들의 셀러브리티를 걸그룹 에스파가 표현한 광야 개념을 바탕으로 한 곳으로 모으면서 아티스트군의 스토리와 SM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이를 라이프 스타일 전반에 녹여낸다는 것이 SMCU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프 스타일로의 접목이다. 27년간 다져온 SM의 아티스트 IP는 패밀리콘서트 SMTOWN LIVE 무대로만 봐도 그 시너지는 엄청나다. 다만 그를 어떻게 비즈니스화 하느냐는 아직까지 유려하지 못한 편이다.
물론 보아 머플러, 유리 '유리한 홈트', 김희철 '옳치옳치' 등 SM 아티스트 라이프브랜드 '셀럽브랜드'가 운영되고 있으나, 여전히 사례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보다 유리하게 끌고나가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협력이 보다 빠르고 강력한 방법일 수 있다. 이수만 프로듀서의 지분매각 고려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SM의 지분인수 대상자로 나선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극명한 장단점이 보인다. 특히 기본적으로 프로듀서로서의 삶을 그대로 가져가길 원하는 이수만의 생각이 더해지면 더욱 뚜렷해진다.
하이브는 동종 업계이자 최근 트렌드의 선두주자로서, 비즈니스 조직면에서는 최상의 효율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SMCU를 이끌기 위한 밑바탕인 아티스트 IP 유지확산에 난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네이버는 포털 플랫폼의 특성에 기인해 다각적인 IP 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온·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를만한 리테일이 부족함은 물론, 인프라 자체가 한국과 일본, 동남아 일부 등 국한된 영역이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포털플랫폼으로서의 IP활용가치와 함께, 산하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한 음원-스토리-미디어 등 다양한 콘텐츠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동종업계로서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하지만 콘텐츠 분야를 제외한 전반적인 IP활용이 전통적인 엔터영역에 머물러있어, 그 시너지는 미지수다.
CJ ENM은 음원계통은 물론 OTT와 케이블을 아우르는 방송인프라와 콘텐츠 제작능력 등 문화적 역량과 자체 보유한 커머스 조직부터 모기업 CJ그룹이 지닌 라이프영역의 영향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라이프 비즈니스 경험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이러한 이수만 프로듀서의 SM엔터 지분매각 고려는 SM이라는 하나의 엔터사 뿐만 아니라, 엔터영역 전반이 고민해 봐야할 숙제다. 단순히 기업처분 등의 모습으로 비쳐지면 그저 그런 논의에 불과하지만, 전통적인 비즈니스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성을 부여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그 영향과 파괴력 또한 분명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인터넷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