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신고수리 기한이 영업일 기준 7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소 가상자산거래소 9개 사업자와 협회가 금융당국의 전향적인 정책을 촉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개인정보보호인증(ISMS), 자금세탁방지 방안을 포함해 필요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은행권의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진전이 없는 문제 해결에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회장 오갑수)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은행이 거래소와 논의조차 회피하는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바로 금융당국이다. 거래소에 대한 심사와 평가를 은행에 떠넘긴 채 방치했다”면서 “금융당국이 은행 실명계좌 발급을 위해 결자해지 자세로 적극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직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사업자도 ISMS를 취득했다면 신고수리 과정에서 반려 없이 접수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 심사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기존 방식대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심사 기간에 실명계좌 요건을 보완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일부 거래소는 신고유예 기간을 내년 3월까지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개정안(이영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통과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정상으로 법안이 처리되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
원화마켓 등록을 아예 포기하고 코인마켓만으로 거래소를 운영하는 방안을 준비하는 사업자도 늘고 있다.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하지 못한 사업자도 '코인 to 코인' 거래소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기존에도 실명확인계좌를 확보한 4개 거래소 시장의 점유율이 99%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코인마켓만으로 이들과의 공정 경쟁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는 “사실상 원화마켓 등록을 포기하고 코인마켓으로 등록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업비트 외에 모든 거래소가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코인마켓으로 전환한 후 이용자들이 업비트로 대거 빠져나갈 것이 고민이다. 이용자 유치를 위해 지금까지 들인 비용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핀테크학회,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 등 다른 협회·단체들도 의견 개진에 힘쓰고 있다. 이들은 오는 9일 '가상자산거래소 줄폐업 피해진단' 관련 포럼을 열어 폐업이나 코인마켓 전환 시 발생할 피해 규모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투자자와 폐업 가상자산거래소의 손해를 총 십수조원 규모로 집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이달 13일 가상자산 정책방향 당정협의가 개최되는 점을 고려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면담하고 거래소 신고 연착륙을 위한 대안 등을 건의할 계획이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 회장(고려대 특임교수)은 “주식을 사고팔지 못하고 주식끼리 교환만 할 수 있는 기형적 증권거래소가 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면서 “코인은 사실상 휴지쪼가리가 되며,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어느 한순간에 제로(0)가 된다”고 설명했다.
성명서 촉구에 나선 거래소는 보라비트, 에이프로빗, 코어닥스, 코인엔코인, 포블게이트, 프로비트, 플라이빗, 한빗코, 후오비코리아 등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ISMS·자금세탁방지 등 요건 충족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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