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주권 국제포럼]팀 버너스리 "데이터 사용처 무궁무진...각 주체가 통제권 가져야"

'나의 정보가 곧 나의 권리(My Data, My Right)'다.

데이터의 주권 국제포럼이 8일 경기도청에서 열렸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과 마이데이터글로벌이 공동주관하는 이번 행사는 데이터 경제시대 나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 확보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인식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거대 기술기업은 개인이 생산한 데이터로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개인은 아무런 혜택도 못 받고 있다”며 “데이터 선순환으로 생산 주체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이번 포럼이 공정한 데이터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팀 버너스리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
팀 버너스리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

“SNS와 금융, 유통 등 다양한 온라인 영역에서 이제 데이터는 중요한 혈류가 됐고, 각 주체가 데이터 통제권을 가져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한 코로나 검사 사진 촬영, 조깅 이력 기록, 개인 재무관리에 이르기까지 데이터 이용처는 무궁무진합니다. 이제 세계는 데이터 주권시대 진입에 맞춰 개인정보 남용을 어떻게 보호하고, 데이터 산업의 촉진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플랜을 수립해야 합니다.”

월드와이드웹(www) 창시자인 팀 버너스리는 경기도 주최 '데이터 주권 국제포럼' 기조강연에서 데이터 주권 사회 진입에 필요한 선결과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디지털 세계의 변화와 데이터 주권'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펼친 팀 버너스리는 현재의 세상은 데이터가 이용하는 방식에 대해 반발이 일어나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다양한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자신의 데이터가 적절히 사용되지 못하는 여러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개인 데이터를 더욱 강력하게 하고 그 데이터가 우리 모두를 위해 이용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과 정책을 한데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결 방안으로 '솔리드' 도입을 제시했다.

팀 버너스리가 데이터 주권 국제포럼에서 디지털세상의 변화와 데이터 주권을 주제로 화상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팀 버너스리가 데이터 주권 국제포럼에서 디지털세상의 변화와 데이터 주권을 주제로 화상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팀 버너스리는 “2015년 MIT 연구진과 함께 웹과 관련된 최대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서로 다른 플랫폼간 개인정보 상호호환성이 없다는 결과를 도출, 그 대안으로 솔리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솔리드의 지향점은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개개인이 갖고, 웹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건설적 도구로 작용, 개인의 완전한 통제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어 “솔리드가 여는 새로운 세상은 데이터와 사생활 보호에 대한 기존의 가정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웹기반 오픈소스 프로토콜로 데이터 저장 및 공유 방식, 개인과 조직이 데이터를 관리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솔리드를 통해 데이터 이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파드(Pod)'라는 온라인 개인정보 스토어에 저장,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공중에 떠있는 USB 드라이브처럼 이용하게 된다. 또 솔리드 앱에서는 신속한 실시간 데이터 저장과 편집을 통해 빠른 라이브 업데이트도 가능하다.

페이스북, 구글 등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때 사용되는 기술은 기본적으로 동일하지만 플랫폼은 상호운용이 되지 않는다. 이 같은 환경에 솔리드를 접목하면 하나의 ID로 모든 웹사이트를 이용하되, 해킹 등 사이버 테러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기술을 현실에 접목하기 위해 인럽트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며 “인럽트의 설립 이념은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데이터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려놓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주권 사회 진입을 위해 이용자들은 타인과 협업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수단이 필요하며, 주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빅데이터를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설문조사를 인용,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기술을 신뢰할 때, 자신이 그 기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때 공공을 위해 익명처리 된 개인정보를 공유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데이터를 유통하고 판매하는 마이데이터 시대가 열렸지만, 우선순위는 개인정보 판매가 아닌 데이터를 통해 가장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데이터 주권 시대를 열기 위해 각종 제도 수립과 운용에 나선 경기도와의 협업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경기도에서 이뤄지는 데이터 사회 진입을 위한 여러 작업과 노력이 솔리드와 호환되기를 바란다”며 “30년 전 문서와 웹이 호환 가능한 생태계가 필요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경기도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이 동일한 데이터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5점 척도의 개방형 데이터 별점 척도를 설명하며 “링크드 데이터 형식을 갖추고 링크를 함께 걸어놓을수록 별점을 높게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 및 개인정보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별점 3개 데이터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솔리드 앱을 사용하면 별점 5개 수준 데이터가 자동으로 생성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정부는 최대한 기존 표준을 활용해 상호운용 가능한 개방형 표준을 사용해야 한다며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지역의 디지털 주권 증진을 위한 작업은 인터넷상에서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미래를 위한 기술적 및 정책적 혁신이 인류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의 일환”이라며 “인간의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세상을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설계하는 작업이 병행될 때, 비로소 데이터 주권의 꽃을 피울 있다”고 강연을 마쳤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