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전염병과 상관없이 정보기술(IT) 대기업은 시장 지배력을 더 키워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택근무 등 비대면으로 생활 방식이 바뀌면서 모바일,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반도체 기업이 세계 주식 시장을 주도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은 비대면·비접촉 거리를 유지한 채 무중단 생산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무인화와 온라인화로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생산과 소비, 유통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화를 넘어 비대면·비접촉 경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해 3월 말 이후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오른 기업 10개사를 분석해 발표했다.
시가총액이 1조엔(약 10조5600억원)을 넘는 세계 1900개 상장사의 지난 4월 말 시가총액과 지난해 3월 말 시가총액을 비교한 결과다.
시가총액이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은 애플이었다. 4월 말 애플 시총은 241조2000억엔으로 1년여 만에 121조1000억엔이 올랐다.
작년 대비 증가액 기준으로 2위는 구글(88조8000억엔 증가)이었다.
구글은 지난 1분기 30%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 온라인 활동이 얼마나 활발해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광고 매출 중에서 유튜브 성장(+49%)이 돋보였다.
글로벌 여론조사 업체 입소스(Ipsos)에 따르면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는 응답자는 77%에 달한다. 유튜브 쇼츠(Shorts) 시청 횟수는 2020년 말 일간 35억회에서 2021년 3월 65억회로 급증했다. 비광고 매출은 구글 플레이, 유튜브 비광고, 하드웨어(핏빗 인수 반영)가 이끌었다.
조용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여행 산업 회복은 관련 광고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며 “향후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는 클라우드를 필두로 IT 지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위는 아마존닷컴(86조3000억엔)이다. 아마존의 경우 소비자들의 온라인 수요가 지속되면서 전자상거래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아마존웹서비스(AWS), 광고, 구독서비스 등 수익성이 높은 e커머스 외 사업부문이 꾸준히 성장세다.
아마존은 최근 핀테크 업체 어펌 홀딩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구매 후 후불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발표하자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4위는 마이크로소프트(78조1000억엔)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클라우드 수요 증가로 수혜를 입었다.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제품 수요와 사용량 증가가 지속됐다. 소비자 비즈니스에서 PC 및 생산성 도구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는 윈도 주문자상표부착(OEM), 오피스 컨슈머, 서피스에 긍정적이다. 개선된 광고시장도 검색 부문과 링크드인 매출 회복에 기여했다. 게임 부문도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5위는 테슬라(64조3000억엔), 6위는 페이스북(49조4000억엔)이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전기차 회사 테슬라 판매 대수는 증가했다. 테슬라는 판매 대수 증가를 통한 수익 창출보다는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 통신비 및 충전비 부과, 주행 데이터 축적,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 로보 택시 등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전자상거래가 급증하고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실적이 상승했다.
7위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대만 TSMC(35조5000억엔)이다. TSMC 주가 급등 배경은 반도체 업황 사이클 회복에 기인한다.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인한 실적호조 기대감이 강하게 작용했다.
8위는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33조5000억엔)다. 텐센트는 코로나19 덕분에 오히려 성장세가 빨라졌다. 비대면 사회 전환으로 텐센트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게임 수익이 커졌다. 또 소셜미디어 플랫폼 '위챗(WeChat)'은 거리두기와 언택트 과정에서 주목받았다.
황선명 삼성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코로나19 통제를 위한 제재 시행으로 재택근무·의료·교육 등 각 산업의 온라인 침투율이 심화됐다”며 “향후 다양한 산업의 잠재 위기 대응을 위한 온라인 시스템 구축 증가가 예상되고 텐센트는 '위챗 워크&텐센트 미팅(원격 업무)' '텐센트 헬스(원격진료)' '텐센트 에듀케이션(온라인교육)'으로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9위 사우디아람코(33조1000억엔), 10위 삼성전자(25조5000억엔) 순이다. 사우디아람코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해 순이익이 44% 급감했다. 국제유가는 수요 감소와 공급 과잉 악재가 겹치면서 마이너스 유가 수준까지 급락했었다.
그러나 아람코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늘면서 지난해 상반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실적둔화 우려가 오히려 투자자 심리를 자극했고 원화 강세와 신흥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어우러져 주가를 끌어올렸다.
또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회복,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동반 실적 개선, 5세대(5G) 통신장비 본격 공급 등 호재가 부각되면서 수혜를 입었다.
지난 1년간 시가총액 증가 순위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